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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삶/ 영천공설시장-국내 최초 전통시장 속 극장,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대안의삶/ 영천공설시장-국내 최초 전통시장 속 극장,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8.02.21
  • 호수 18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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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른 별빛영화관.
전통시장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른 별빛영화관.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우리 영화관엔 마카(모두) 다 장바구니 들고 온다 아인교." 

그러고보니 손에 장바구니며 봉지가 주렁주렁이다. 국내 최초로 전통시장 안에 생긴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조선명탐정'을 앞둔 대기석이 앉을 자리 없이 꽉찼다.  

명절이라고 모여도 딱히 놀거리가 없는 요즘, 영천에는 별빛영화관이라는 '히트상품' 덕에 영화관람이 필수코스가 됐다. 어른들이 장을 보는 동안 아이들끼리 '겨울왕국의 무민'을 보거나, 3대 온 가족이 '흥부', 단지 주인공 얼굴 때문에 '골든슬럼버'를 보러 왔다는 여고생들도 있다. 76석밖에 안되는 작은영화관이지만, 최신작들이 하루 6번 상영되는 어엿한 동시개봉관이다.

지난해 10월 영천공설시장 2층에 문을 열어 개관 80여 일만에 누적관람객 1만명을 돌파한 별빛영화관. 그동안 대구나 포항으로 1시간은 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던 10만 영천시민들에게도 기쁨이요, 영천공설시장 일대에 숨을 불어넣는 효자상품이다. 시장과 극장의 만남이라는 신박한 아이디어 덕에, 영천공설시장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전통시장이 됐다. 

유례없는 '시장 안 극장'이다보니 접근부터 조심스러웠다. 대기업이나 영리기관이 아닌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고, 관람료를 일반영화 6천원, 3D영화 8천원까지 낮췄다. 영화표 끊어놓고 남은 시간 짬짜미 장을 보는 시민들을 위해 장바구니를 보관해주고, 팝콘 및 극장 스낵, 주차서비스도 완비했다.  

극장측에서 콕 찝어준 설연휴 최고 스타는 '블랙팬서', "덕분에 청소년 관객들이 부쩍 늘었다"는 별빛영화관 장영준 관장. 그는 "전통시장의 미래는 젊은 층 유입에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시청과 함께 시작했는데, 과연 많이들 와줄까 걱정이 많았다"고 돌아보며 "다행히  반응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는 연일 매진을 기록했으며, 개관 130여 일인 현재 누적관람객 2만이 코앞이다. 최신 개봉영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극장을 찾기도 하지만, 시장 온 김에 영화도 보거나, 할아버지가 손주 손을 잡고 오기도 한다는 귀뜸이다. 엎드리면 코닿는 거리에 극장이 있으니, 시장 상인들도 한가할 때  영화를 보며 문화와의 접점을 넓힌다. 

도시의 문화력 상승과 지역경제활성화 모두를 잡은 별빛영화관. 이 흥행은 곧 영천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청신호다. 극장과 시장을 넘어, 영천역부터 시장에 이르는 원도심 전체를 하나의 지역공동체로 함께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영천시가 향후 5년동안 250여억 원을 투입할 '사람, 별, 말이 어울리는 영천대말' 사업의 시작이 바로 별빛영화관이다.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은 국내 시장에 생긴 개봉 영화관 1호로 매일 6회 5∼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은 국내 시장에 생긴 개봉 영화관 1호로 매일 6회 5∼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입구·바닥정비, 간판통일, 노래자랑  

별빛영화관은 개관 4개월만에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영화보러 왔다가 그길로 전통시장과의 접촉면을 늘리도록 한 예상이 적중한 덕이다. 본래 영남 3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영천은 산지가 많고 교통이 편리해 한약재와 수산물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역에서 시장까지 500m 내내 약재상과 건강원이 빼곡하며, 영남지방 차례상에 빠지면 안되는 돔배기전(상어고기전)은 '영천 돔배기'를 으뜸으로 친다. 포항이나 경주 인근 동해에서 생산된 해산물을 대구 등 경북 내륙으로 옮기기 위해 일단 영천에 집산됐기 때문이다. 

식용말을 길렀던 청못이 있고, '말의 도시'를 내세우는 만큼 말도 영천의 특산품이라 옛말에는 '잘가는 말도 영천장 못가는 말도 영천장'이라고도 한다. 대표 먹거리 역시 역사가 깊다. 언양, 경주 등과 함께 영남 5대 소시장 중 하나였던 만큼, 시장이 한가한 날도 곰탕골목은 붐빈다.

60여년 3대를 이어온 세월은 기본, 특히 전직 대통령 얼굴을 크게 내건 '대통령 맛집' 두 군데가  사진을 마주건 재미있는 풍경도 있다.

두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이 마주 걸린 곰탕골목.
두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이 마주 걸린 곰탕골목.

본래는 2, 7일 오일장이었으나, 5, 10일에도 장을 열었던 영천공설시장. 그러나 한 차례의 이전과 다리 개통 등으로 부침이 잦았다. 이후 대형마트의 등장, 도심으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여느 시장과 비슷하게 주춤했지만, 2005년 현대화 작업을 통해 불씨를 살렸다.

날씨에 상관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건물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옥상 전체를 주차장으로 활용, 전통시장의 난제인 주차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쇼핑카트는 물론, 시장 내 카페 '장터'도 문을 열었다. 또한 옛 특징을 살려, 4개의 구획에 각각 곡물, 잡화, 어물 및 신발 등을 판매해 소비자들이 장을 보기 쉽다는 평이다.

명절은 앞둔 영천공설시장은 연일 문전성시로, 과일전이며 떡집, 고깃간마다 대목 이 한창이었다.

더운 김을 내뿜으며 족족 담겨지는 먹거리들, 장사꾼 마음만큼이나 장바구니 속내도 푸졌다. 가장 인기있는 건 돼지고기 수육. 영천에는 차례상 위에 돼지수육을 올리는 문화가 있어, 솥에서 나오자마자 부지런히 봉지에 담긴다. 문어는 자르지 않은 통째로, 지역색 뚜렷한 과메기와 도루묵도 곱게 손질돼 손님들을 기다린다.

7천원이면 보약같은 진한 곰탕을 먹을 수 있는 곰탕골목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외지 사람들이나 기자들도 많이 오고, 다른 시장에서 견학도 온다"고 귀뜸했다. 입구나 바닥도 다시 색칠하고, 정신없는 간판도 통일시키는 등 안팎의 변화에 장사도 신이 난다는 것. 몇 년전 부터는 노래자랑도 열고 명절맞이 할인행사도 시작했다. 

국내 최초 전통시장 내 영화관으로 젊은 층 유입을 이끌고 있는 영천공설시장 별빛영화관.

향후 원도심 전체가 살아나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뗀 이 곳은 날로 활력을 얻고 있다. 지역에는 문화를 선사하며, 외부 자본이 아닌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상생상화가 지금 경북 영천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어고기를 손질해 기름에 부쳐낸 영천공설시장의 명물 돔베기는 경상도 지역 차례상에 단골손님이다.
상어고기를 손질해 기름에 부쳐낸 영천공설시장의 명물 돔베기는 경상도 지역 차례상에 단골손님이다.

[2018년 2월 23일자]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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