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얼마 전 전주에서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리 예매해 둔 버스표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내가 가까이에 가자 내 옆자리 아주머니가 내 자리에 둔 짐을 황급히 내린다.

나는 대개 버스나 기차를 탈 때 옆자리가 비어있는 좌석을 선택한다. 누군가 옆에 타 있으면 불편하기도 하고 비좁게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두 자리를 내가 다 차지하고 보면 왠지 한 자리는 공짜로 얻기라도 한 듯 기분이 좋다. 

이 날도 어김없이 이러한 심리가 작동했다. 그래서 내리는 짐을 보자마자 마음이 불편했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밖을 보며 잠시 그러한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콧물이 났다. 추웠다가 따뜻해지니 콧물도 녹는가보다. 주머니에 쓰다가 넣어둔 휴지 한 장을 꺼내 겨우 닦아내고 있는데 때마침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휴지 한 장을 건넨다. 자연스럽게 "감사합니다"라고 말이 나왔다.

받은 휴지를 보니 순간 마음에 미안함이 들었다. 그 아주머니는 모를지 몰라도 나는 잠깐이지만 마음에 불편한 기운을 품었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나에게 건넨 건 휴지 한 장이지만, 나는 그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동안 어리석었던 내 마음을 깨닫게 해줬다. 

말씀하시기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좋게 하여 항상 화평한 마음을 가지게 하면 나도 또한 화평한 얼굴을 가지게 될 것이요, 남을 불안하게 하면 나도 또한 우울한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니, 사람을 대할 때에는 안과 밖이 같은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며, 은악양선하여 저 사람을 도와주면 저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주게 되나니라. 그런즉 비록 마음에 싫은 사람이라도 상생으로써 말을 하고 기운을 터야 나에게 기운이 응하나니라."(〈정산종사법어〉 원리편 32장)

그깟 휴지 한 장일지 모르나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너무나 귀한 것이 된다.

대종사가 밝혀놓은 교법도 그러하다. 너무나 간절한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꿔놓을 소중한 법이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불공을 하거나 교화를 할 때에도 상 없이 진실하게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보아서 적재적소에 들이대는 맞춤형이면 더더욱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옆 사람 즉 나를 살펴서 지금 '휴지를 원하고 있구나'하고 적절한 순간 휴지를 건넸다.

그리고 그 휴지 한 장으로 나는 마음까지도 부정에서 긍정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만약 서로 불편한 기운을 냈다면 오는 버스 안에서 계속 짜증이 났을 것이다. 예기치 않게 평소 미워했던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멋쩍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좋은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렇듯 마음은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대종사는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지는 미묘한 것이라 했다. 나에게 또 한 번 은혜를 알게 해준 아주머니에게 너무 감사하다. 이제부터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항상 주변을 살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한 상생의 기운을 온 천지에 품어서 늘 화평한 마음과 온화한 얼굴로 세상을 교화하고, 낙원을 만드는 부처로 살아야겠다. 

/광주교당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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