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아직도 추위가 덜 가셔서 해만 나오면 반가운 2월입니다. 이번 겨울은 참으로 혹독하게 추웠기에 정말 봄소식이 기다려집니다. 저도 그 마음으로 이번 달에 봄꽃을 다룰까 했지만 아직 이른 것 같아서 아쉽지만 다음 달로 미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상록수 한 가지를 더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가까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상록수 중에서 키 큰 나무들인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을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조금 키는 작지만 흔히 정원과 공원에 심어지는 향나무를 다루고자 합니다.

향나무는 이름 그대로 향이 나는 나무입니다. 저는 어릴 때 향나무로 만든 연필로 글씨를 쓰면 그 은은한 향기 때문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귀한 향나무 연필은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다가 더 짧아지면 볼펜 껍질에 꽂아서 쓰기도 했지요.

향나무는 그 향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곳에도 종종 심어졌던 것 같습니다. 제가 즐겨가는 분당 중앙공원에는 땅 원래 주인 문중의 향교 입구에 오래 된 향나무가 서 있습니다. 그 나무 뒤쪽 굵은 줄기를 들여다보면 파낸 흔적이 있는데 아마도 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의 생활 속에 가까이 다가와 있던 전통 향나무는 그 향을 내는 역할을 다른 풀이나 화학원료에 내어주면서 다소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린 느낌입니다.

지금 우리가 공공기관의 정원이나 공원, 그리고 묘원 등에서 자주 만나는 향나무, 특히 잘 깎아서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향나무는 가이쓰카 향나무라고 불리는 개량된 종류입니다. 가끔 오래 된 공원에서 키 큰 전통 향나무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만 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법 잘 자란 향나무 잎은 부드러워져서 작은 비늘 모양 잎이 겹쳐진 빽빽한 잎 다발을 이루고 있는 측백나무의 잎 모양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다만 측백나무 잎 다발이 손바닥 모양으로 편평하게 형성되는 반면에 향나무 잎 다발은 둥글둥글 뭉쳐지는 성질이 있지요. 아마도 이런 성질을 개량해서 가이쓰카 향나무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어린 향나무 잎을 잘못 만지면 제법 상처를 입을 정도로 침이 뾰족하고 강한 것을 발견합니다.

2015년 10월 경주 양동마을 서백당의 500살 향나무.

어릴 때는 공격적인 침 모양을 한 잎을 달고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 잎을 부드럽게 만드는 셈이지요. 저는 비슷한 현상을 다른 나무들에서도 발견합니다. 어려서 연약할 때는 강한 침을 달고서 자신을 보호하다가 자라서 튼튼해지고 나면 그 성질이 부드러워지는 현상을 말입니다.

남쪽 지방에서 액막이 나무로서 집 담장 근처에 곧잘 심어지는 가시투성이 엄나무도 크게 자라면 그 가시를 떨어뜨려 버리니까요. 산기슭에서 잘 자라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아까시나무도 이런 성질을 보여줍니다.

앞에서 향나무가 침 모양 잎을 단 상록수 중에서 비교적 키가 작다고 했습니다만, 향나무도 20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향나무는 다른 침엽 상록수와는 다르게 나이가 들어서도 옆으로 뻗은 가지들을 잘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옆가지들도 점점 굵어지게 되어 나무 전체의 무게 밸런스를 잡기가 어려워지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뿌리에서 올라온 원줄기들이 비틀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곧게 뻗은 키 큰 향나무를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지요. 

제가 만난 가장 오래 된 향나무는 경주 양동마을에 있는 고택 서백당의 앞마당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는 500년 넘은 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원줄기는 고목처럼 되어 있지만 아직도 싱싱한 잎을 가득 달고 있었습니다.

/화정교당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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