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화 사유기능… 중도 중용 통한 깨달음 얻는 다도 정신수련
참선과 달리 사람과 소통… 공감대 동질성 확인, 더불어 사는 삶
다도 심미기능… 인간 예술적 심성·감각 활성화, 정서 순화 촉진

 나포리교당 공동기획/차와 4차 산업시대 콘텐츠 

한성국(법명 덕성) 교수

요즈음 음성 인공지능 스피커, 음성 비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챗봇(chatbot)이 가정에 보급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은 날씨, 뉴스, 음악, 음식 주문, 스마트홈 제어 등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조만간 일상생활의 모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하면서 대화하는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가 등장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다. 또한, 인간, 지능화된 사물과 공간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은 초연결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차량, 동식물, 건물, 도로, 가전제품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리적 객체가 초연결되어 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가 열리고 있다.

농작물의 생육을 인터넷으로 모니터링하고, 칫솔이 치아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버스가 도착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등 사물인터넷이 실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새로운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능화된 사물의 초연결은 지능 서비스 중심의 초융합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 로봇,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진료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등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융합된 미래사회가 전개되고 있다.

초융합 사회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지능·초연결·초융합 사회가 가져 올 혁신적 변화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어 있고 때로는 인간의 영혼을 멍들게도 한다.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과학기술의 산물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과학기술의 가치는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과학기술이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의식구조와 일상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 사회에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과학기술에 의해 영향받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 현상에 대하여 살펴보자. 

초지능·초연결·초융합 사회의 역작용 
산업기술이 공해와 환경파괴 문제를 야기한 것처럼 초지능·초연결·초융합 사회가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도 심대한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주로 인간 육체의 연장이었던 반면에, 초지능·초연결·초융합은 인간 정신의 연장과 관계가 있어 더욱 심각한 근원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중독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과학기술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다. 가족들이 모여 식사할 때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대화가 없고, 친구들을 만나도 대화는 뒷전이고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이러한 과도한 기술 의존성은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 소셜 네트워크 중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중독은 마약중독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기술중독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인지 부조화, 반사회성 장애, 비판적 사고 능력의 상실, 기억력 저하로 인한 디지털 치매 현상 등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정체성 혼란
자신의 판단이나 의지 없이 컴퓨터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기계의 아바타(avatar)로 전락하는 것이다. 차량이 절벽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네비게이터가 지시한 대로 운전한다.

정체성을 상실하고 아바타화 된 사람들은 초연결 공간에서 인간 윤리를 벗어난 일탈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아바타(익명성)의 그늘에 숨어서 비속어 댓글, 가짜 뉴스, 중상모략, 인격 모독, 사이버 폭력 등 비인간적 행위를 일상화 한다. 비인간화는 인간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하며, 이성적 능력을 상실하고 본능적 인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는 가치관의 혼란과 함께 사회 윤리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 소외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있고, 지능 로봇과의 일자리 경쟁에서 인간은 밀려 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은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 사회가 심화될수록 챗봇과 같은 지능 로봇과의 소통은 증가하는 반면에, 인간은 소통에서 소외되고 면대면 대화는 감소한다. 인간소외는 열등감, 고독감, 우울증 등 심한 인간 상실감을 가져 온다. 

인간행동의 부조화
인공지능, 지능 로봇 등 기계는 빠르게 진화하지만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퇴화되고 있다. 자기 주도성을 상실하고 충동적 행동과 과잉 행동장애를 보인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존하여 예측불가의 행동을 유발한다. 빠른 속도의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멀티태스킹 하게 되면서 집중력과 지구력이 저하되어 스낵 컬쳐(snack culture)의 사회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18일 열린 익산차축제에서 다도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차문화는 건강, 미용, 치료,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등 활력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정신개벽이 절실한 사회 
문화비평가 루이스 멈퍼드는 "과학기술의 옳고 그름은 다름 아닌 그것을 사용하는 사회적 집단이 판가름한다. 기계 자체는 요청을 하지도 약속을 이행하지도 않는다. 요청을 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은 바로 인간의 정신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기계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계를 다시 정복하고 인간의 목적에 종속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개벽을 해야 한다. 특히 초지능·초연결·초융합을 지향하는 과학기술은 인간정신 영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개벽이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정신개벽과 차문화
정신개벽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참다운 진리를 추구해온 원불교는 정신수행 방법으로 참선과 마음공부 등 다양한 방법을 선보였다. 이러한 방법과 더불어 차문화가 실용적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차문화는 일반적으로 웰빙이나 힐링을 연상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차문화의 기능을 좁은 의미에서 해석한 것이다. 차문화는 오랜 전승 과정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축적하여 왔으며, 이런 기능들은 마음공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차문화의 사유기능은 중용, 중도를 통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다도가 되어 선인들의 정신수련의 한 방법이 되기도 했다. 차문화는 물질과 정신을 함께 연계시킴으로써 차문화 공간에서 자연과 더불어 인성과 품성을 고양하는 데 기여한다. 

차문화는 혼자 하는 참선과는 달리,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상호 공감대와 동질성을 확인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이루는 최상의 방법을 제공한다. 제다와 음다에는 전통적으로 권장되는 절차가 있다. 차문화의 행다 규범은 윤리적 삶을 위한 표상이 되기도 한다.

규범 준수를 통해 자기 통제와 존중을 이해하게 된다. 다기와 다구에는 예술과 실용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이 깃들여있다. 그 자체가 전통 공예품이고 예술작품인 것이다. 행다의 공간은 다인들이 주인공이고 관객인 예술 활동의 공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차문화의 심미기능은 일상생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인간의 예술적 심성과 감각을 활성화한다. 이런 심미기능은 사유기능과 더불어 인간 정서를 순화하는 촉진제가 된다.

또한, 차문화에는 건강, 미용, 치료 등 보신기능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활력 증진 등을 위해 음다를 권하고 있다. 음다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사유, 소통 등 다른 기능과 융합되어 정신 건강에도 유용한 작용을 한다. 

초지능·초연결·초융합의 4차 산업혁명은 물질개벽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차문화는 마음공부를 지원하는 실천적 생활양식으로 정신개벽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 공학과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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