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 봄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다. 입춘,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목전에 다가왔다. 음기운이 치성을 부렸건만, 일어나는 양기운을 막지는 못하는가 보다.

새삼 춘하추동, 사계절의 우주 순환의 진리에 고개 숙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지나면, 대지에는 온갖 새싹이 돋아나고, 매화를 필두로 개나리, 목련, 진달래 등 수많은 꽃들이 만개해서 온천하가 봄의 향연으로 아름다움을 연출할 것이다.

봄은 참으로 만생령에게 생명의 기쁨을 선사하고, 새로운 힘과 희망을 주는 빛나는 계절이다. 

2월을 장식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지만, 장애인 선수들이 뛰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9일부터 열흘간 다시 세계인들의 이목을 이어갈 것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온통 불사르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그들의 인내와 용기에 박수 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이 오랜 불통을 뛰어 넘어 소통과 대화의 장을 마련한 만큼, 북미간에도 소통과 대화가 시작되고, 북핵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 반평화와 전쟁의 불씨를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란다. 

검찰, 문단, 연극 영화 등 예술계, 학계, 종교계 등에서 성추행, 성폭행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연이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지난해 소태산 대종사 서사극 '이 일을 어찌할꼬'를 연출한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씨가 그 중심에 있어 실로 유감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부산서 원불교 학생회를 다녔다는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원불교 교당을 다녔다면, 이런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새삼 절감하는 바이다. '이 일을 어찌할꼬' 작품 공연이 지나치게 황이천과 이원화를 부각시킨 점이 역사적 사실과 교단적 무게감에 맞지 않아 심히 유감이었는데, 결국 이윤택씨의 오랜 범죄 행위가 세상에 노출되면서, 앞으로 원불교 문화 예술 활동도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이라는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남녀 불평등, 여성의 몸을 단순히 성적 도구로 생각하는 일부 남성들의 저질 문화가 검찰, 군인, 문단, 예술계, 학계, 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있어,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고 여성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땅에 여성으로 태어나 한 세상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불행한 일인지, 남성들은 잘 모를 것이다. 역지사지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택시를 타는 일, 밤늦게 귀가하는 일, 복잡한 전철을 타는 일 등 일상의 삶조차 항상 불안과 공포에 숨죽여야 하는 현실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평등에 대해 인식케 하고,  서로간에 조심하고 존중하는 언행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일찍이 원불교 교단은 교법과 교조 정신에 의해 남녀 평등과 권리동일을 역설하고, 제도와 문화적으로 성숙시켜 온 만큼, 이 방면으로는 세상의 전범이 되고도 남는다. 이러한 원불교의 전통이 올곧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2018년 3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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