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교구 여성회, 은혜결연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 함께 하기

지난해 경기인천교구 여성회가 한겨레학교 결연가족 120여 명과 함께 단양, 충주호, 청풍문화재단지 일대로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전국을 돌며 매년 한 차례 진행한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답보 상태였던 남북관계를 '평화'로 꽃피우게 했다. 봄의 전령사처럼 다가와 평화의 꽃망울을 터트려준 그 첫발은 개회식에서 보여준 남북선수단 공동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출전이었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이 기립박수로 이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두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스포츠를 넘어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상생과 평화의 새 기운이 확고히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남북이 하나 된 '작은 평화행동'이 얼어붙은 민족의 분단과 갈등, 그 안에 묻혀버린 동족상잔의 아픔을 치유하듯 '일상의 평화'를 몸소 실천해 가족의 의미를 일깨운 이들이 있다. 9년째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은부모가 되어준 경기인천교구 여성회다. 

한겨레학교에서 만난 가족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로 107-9에 설립된 전인학원 한겨레중·고등학교(이하 한겨레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이 탈북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남한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5년 7월 정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특성화·자율학교이다. 2016학년도 기준 298명이 졸업해 대학진학 및 취업을 했고, 현재 18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한겨레학교의 교육 목표는 남한 학생과의 학력차이를 해소해 일반학교에 편입시키는 디딤돌학교로서의 역할이다. 이 외에도 마음공부 수업으로 인성을 함양하고 사제동숙 공동체생활로 문화적 충격을 완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인천교구 여성회가 한겨레학교 학생들을 위한 사업으로 남북하나재단에서 후원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사업 '아름다움 그리고 행복 함께 하기'라는 결연사업을 9년째 진행하고 있다. 경인교구 여성회는 '평화의집' 이름으로 위탁받아, 매년 40여 명의 학생들과 은혜결연을 맺고 있다. 평화의집은 김대선 교무의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나눔과 통일교육을 인정받아 2009년 통일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됐다.  

한겨레학교 신영윤 도무는 "되도록 무연고 학생들과 결연을 맺도록 돕고 있는데, 여성회원들의 따듯한 배려와 보살핌 덕분에 해마다 결연신청자가 늘고 있다. 오히려 부모가 부족한 실정이다"면서 "학생들이 1박2일 홈스테이를 가장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한겨레학교가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강하다. 그곳에서 만난 교사, 교무, 은부모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진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이들이 졸업식 날이면 눈물바다가 되는 이유다. 특히 엄마와 딸·아들로 만나 함께 가을문화답사도 가고, 학교축제와 홈스테이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다 보면 탈북 과정에서 겪은 힘든 기억도 조금씩 치유된다. 

분당교당 최도인 교도는 교구여성회에서 결연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게 동참한 일이 은녀 장은형 학생(원불교대학원 2년)이 전무출신을 서원하는 기쁨도 얻었다. 최 교도는 "첫인상에 왠지 모르게 나에게 온 인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교단 스승님들 품에서 잘 성장하고 있어 뿌듯하다. 우리사회가 북한이탈청소년들을 편견 없이 봐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겨레학교 학생들이 남한사회 정착 후 가족관계.

'엄마'라는 두 글자
또 다른 결연자, 최경진 교도(교구여성회장·북인천교당)는 어느 날 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엄마, 저 상동역에 왔어요."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딸 옥자의 목소리에 서둘러 나갔다. 어엿한 여대생이 되어 나타난 옥자는 "수업 마치고 학교를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 전철을 탔어요. 무작정 와보니 엄마 집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딸을 꼭 껴안았다. 5년이다. 그와 옥자가 가족으로 맺어져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 세월, 그는 가슴으로 울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간혹 정을 주고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상처 받는 부모들도 있다. 자식은 주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때 옥자가 불러준 '엄마'라는 한마디에 모든 걱정과 수고가 사라졌다"는 최 교도는 현재 7명(여4, 남3)의 은자녀를 두고 있다. 아들 하나뿐인 그의 인생이 어느새 자식 부자가 된 것이다.

"딸을 하나 삼으려고 시작했는데, 내리사랑이라서 그런지 자식은 많을수록 좋다. 홈스테이 하러 오면 집에서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대화도 많이 한다. 추억이 없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 그것이 치유인 것 같다"고 남다른 사랑을 전했다. 

그는 부모로서 자식사랑도 중요하지만, 은자녀들이 형제처럼 서로 챙기며 살아갈 수 있게 큰딸 옥주에게 늘 당부한다. 그러면 "걱정 말라"며 그를 안심시키는 옥자가 대견할 뿐이다. 언젠가는 일곱 자녀가 고향처럼 드나들 시골집도 마련해 둔 상태다. 적어도 그가 맺은 은자녀들은 학교 졸업 후에도 연락이 끊기지 않고 계속 가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럼에도 걱정이 있다면 "혹여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힘든 벽에 부딪혔을 때, 과거의 아픈 상처가 떠올라 절망을 하게 될까 두렵다"는 그. 한겨레학교 졸업 후에는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교단의 열악한 환경도 못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교구여성회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고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 차례 '은혜의 찻집'을 운영했다. 결연사업에 직접 동참하지는 못해도 후원의 정성으로 마음을 합해 주는 교도들이 늘고 있어 그에게는 힘듦보다 보람이 더 크다. 

북한이탈청소년은 '먼저 온 미래'
경기인천교구 여성회 담임을 맡고 있는 오정교당 이경환 교무에게도 결연을 맺은 딸 2명이 있다. 중2 때 만나 지금은 대학생이 된 큰딸 박은주를 위해 이 교무는 요즘 영어 과외선생을 자처했다. 수업이 전부 영어로 이뤄진 대학생활에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서다. 

이 외에도 경인교구 여성회 결연학부모들은 은자녀들이 졸업 후에도 취업알선부터 결혼준비, 때로는 출산 뒷바라지까지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학생들이 연락을 끊지 않고 가족의 연을 계속 이어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이경환 교무는 "한번 결연을 맺으면 교육에서부터 진학, 취업, 결혼해 남한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살펴줘야 한다. 각 도마다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하나센터가 있다. 거의 교회에서 운영한다. 적어도 2~3곳 정도는 교단에서 운영할 수 있게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만나게 되면, 아이들로 인해 내가 위안을 받는다"면서 이들의 인권과 삶이 방치되지 않도록 교단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 작은 실천으로 한겨레학교 신영윤 도무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통일교육을 위해 각 교당 일요예회에 학생들과 함께 통일법회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북한이탈청소년은 '먼저 온 미래'이다. 학생들로 인해 우리는 지금 부분적 통일을 진행 중이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2018년 3월 2일자]

[무처선방]은 교화·교육·자선·문화·봉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한 정성으로 남 먼저 교법을 실천해 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집중 취재하는 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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