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심리치료학회장 원광대학교 강형원 교수.

 

마음공부에도 현대 심리치료와 마음챙김,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치유모델이 구축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6월 설립된 한국M&L심리치료연구원(대표 천병태)에서는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힘인 '마음챙김(Mindfulness)'과 '러빙 프레젠스(Loving presence)'를 바탕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기를 돕고 있다. 기존의 마음챙김이 개인적 수행 의미로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중점이었다면, M&L심리요법의 마음챙김은 '가이드 있는 명상'으로써 보다 쉽게 알아차림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체험중심형 명상이다.

M&L심리요법은 명상훈련의 융합

우리사회는 이미 다양한 명상훈련과 심리치료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일반인들이 스스로 옥석을 가리기에는 매우 난해하며, 무엇보다 마음치유 원리에 적합한지, 실제적 변화가 가능한지를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M&L심리요법이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비폭력 안전의 장, 체험 중심, 관계성 중심, 자기주도적 치유에 있다.
M&L심리치료학회장 강형원 교수(원광대 산본병원 한방신경정신과)는 "마음챙김(M)은 수동적 깨달음이요, 러빙 프레젠스(L)는 적극적인 사랑을 뜻한다"며 "한의학에서도 마음공부는 낯설지 않은 소재이며, 전통적으로 치료자의 수양과 인격을 강조하는 한의학 특성상 명상수행을 기반으로 한 심리치료는 의학적 근거가 매우 충실하다"고 서양의 과학명상과 동양의 한의학과의 융합적 시도가 바로 M&L심리요법임을 강조했다.

마음챙김과 러빙 프레젠스의 치유 원리

마음챙김은 위빠사나 명상의 싸띠(sati)에서 유래한 용어로 '매 순간 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을 뜻한다. 싸띠에 대한 오래된 번역으로 '염(念)'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지금(今)과 마음(心), 즉 '지금 여기에 마음이 현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알아차림, 깨어있음, 주의깊음, 수동적 주의집중 등으로 해석한다. 이를 존 카밧진은 "우리의 생각, 감정, 신체 감각, 주위환경을 매 순간 자각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동의보감〉 신문(神門)의 "마음은 물이 흔들리지 않고 오래 있으면 맑아져서 그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과 같다"는 '영명(靈明)'의 개념과 마음챙김 상태는 매우 유사하다. 곧 치료자가 잡념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도(道)의 상태, '허심합도(虛心合道)'를 통해 의식을 명료화하는 과정을 뜻하며, 마음챙김 상태는 무의식에 들어간 상태가 아니라, 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머물러 깨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마치 갈매기가 바다 수면 위를 낮게 날다가 물속에 물고기들을 낚아채는 것과 같다. 의식의 저층에 머물러 알아차린 그것을 당장 없애려고, 해결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나답게' 하고 외부환경보다 내면의 중심을 더 중시하겠다는 결단, 여기부터 마음챙김은 시작된다. 

러빙 프레젠스의 '러빙'은 '사랑'을 뜻하며, '프레젠스'는 '현존, 존재, 임재, 지금, 선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가치에 입각해 정신치료 임상에서 실제 적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스콧 밀러는 〈유능한 상담자의 심리치료〉에서 기존의 심리치료 효과에 영향을 주는 공통요인 4가지를 소개했다. 곧 심리치료기법이 미치는 영향은 15%에 불과하며, 환자의 기대와 프라시보의 효과도 15%에 그친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리소스(resource)가 치료효과에 40%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치료자의 인격 또한 30%를 차지한다. 심리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의 리소스와 치료자의 인격, 즉 내담자-치료자 간의 관계 속에서 치료가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리소스'란 그 사람의 강점과 자원을 말하며, 좋은 체험, 인간관계, 성격, 기질, 취향, 취미, 재능, 고향, 주변 환경 등 살아오면서 경험된 내적, 외적 그리고 관계적 경험과 체험들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힘든 문제로 인해 리소스가 가려진 상태에서 치료자를 찾는다. 치료자와 함께 자신의 리소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심리치료이다. 몸의 병을 치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상처도 내면의 유기성(Living system)의 원리에 의해 스스로를 치유의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리소스는 결국 자신을 돌아보아 성장케 하는 근원이 된다. 

강 교수는 "M&L심리요법은 전문가와 함께 마음공부하는 것이다"며 "내담자는 안전한 공간,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으며, 지시와 개입 없이 환자의 입장에서  머물러 주고, 기다려 준다. 그리고 전 과정에 마음챙김이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치료자는 환자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과 존중의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공감과 이해는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된다. 치료자의 수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로 드러난 감정을 상극의 감정으로 옮김으로써 몸의 기운을 조절하고 마음병을 다스릴 수 있다.

한의학적 정신치료 마음치유에 탁월

M&L심리요법에서는 한의학에 근거해 치유효과를 배가시킨다. 곧 매몰되어 있는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과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오행의 상생, 상극의 원리를 기반으로 문제되는 감정을 상극이 되는 감정으로 다스리며, 한쪽에 머물러 있는 감정과 기의 흐름을 다른 곳으로 간단히 옮겨준다.

특히 인간의 칠정(七情) 중,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이 바로 분노이다. 분노는 모든 정신적-신체적-사회적 영역을 병들게 하는 문제감정으로 고혈압, 중풍, 심장병 등 심뇌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우울증, 화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대인관계를 망가트리고 심지어 가정에서의 분노 표출은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대물림하는 아동학대로 이어진다. 이러한 분노의 감정은 상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라야 강철같이 굳어버린 화(火)를 녹일 수 있다.

오지상승요법 중 '금극목(金克木)의 비승노(悲勝怒)'이다. 비(悲)는 슬픔을 넘어 자비, 비애, 용서, 측은지심 그리고 애통하는 마음으로 슬픔이 곧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이자 감동프로젝트이다. 마찬가지로 우울은 기를 아래로 가라앉게 하고 슬픔은 기를 소진케 하는, '화극금(火克金) 희승비(喜勝悲)'로써 기쁨으로 슬픔을 다스린다. 적절한 웃음과 유머, 희망과 의미 찾기는 매우 유용한 치료요소가 된다.

또한 '토극수(土克水) 사승공(思勝恐)'으로 공포는 곰곰이 생각함으로써 극복하고, '수극화(水克火) 공승희(恐勝喜)'로 놀라게 함으로써 과한 기쁨을 극복하며, '목극토(木克土) 노승사(怒勝思)'로 노하게 함으로써 생각 많음을 극복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이밖에도 M&L심리요법에서는 '마음의 방 그리기(Mentalizing the Rooms of Mind)' 기법을 통해 복잡하고 추상적인 마음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구체화시킨다. 이는 스스로 통찰의 힘을 얻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심연을 명확히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의 마음에는 오랜 시간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생각, 감정, 기억들이 자리하고, 행복, 기쁨, 우울, 슬픔, 화, 가족, 사건, 감사, 트라우마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방들이 구성된다. 이 중 대표적으로 드러난 마음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 척도로 받아들인다. 만일 우울한 감정이 마음의 방에 가장 큰 위치인 전경을 차지한다면 그 사람은 우울한 사람으로 이해되며, 나머지 방들은 배경으로 처리된다.

'마음 방 그리기'는 막연했던 내 마음의 문제들을 시각화, 도식화, 구체화함으로써 임상과 관계성 확립을 통한 진단평가 및 경과 관찰의 유용한 도구로써 저변확대가 기대되는 심리기법이다. M&L심리치료연구원은 현재까지 4회기 프로스킬 트레이닝 코스를 통해 119명이 수료했으며, M&L 세라피스트 15명과 M&L 티쳐 1명, 그리고 일본 정신과의사인 유수양 박사(후쿠오카 유멘탈클리닉 원장)와 한방신경정신과 강형원 교수, 이렇게 2명의 트레이너가 메인 강사로 있다. M&L 심리치료 학회는 한의학회 준회원 학회로 올해 등록되었고, 내년에 정식학회로 승인받을 예정이며, 한일 M&L 심리치료 심포지움을 통해 국제적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를 더 민간외교차원까지 끌어올릴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강 교수는 "원광대 대학교당과 M&L 심리요법과 원불교 선수행을 병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다"며 "또한 미주선학대학원과의 교류로 한의학 심리치료가 서양의학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교단내 마음공부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했다.

[2018년 3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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