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본명 은숙)

[원불교신문=조은혜]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일본 산리쿠 연안 앞바다에서 일본 근대 지진 관측사상 최대 규모로 바닷 속 땅이 크게 울었다.

제1원자력발전소 6기는 10여 분 뒤 모두 멈췄지만 다음날 1호기에서 압력이 상승해 수소폭발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틀 뒤 4호기가 폭발하고, 다음날 2호기마저 폭발했다. '원자로를 보호하는 마지막 방어선' 격납용기가 파손되고 엄청난 방사능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7년, 여전히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이 심해지고 있고, 핵발전소 내부는 파악조차 불가한 고방사능 상태로 남겨져 있다고 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530시버트라고 한다. 보통 1시버트는 구역질과 피로, 구토, 탈모, 적혈구 감소나 내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고, 5시버트에 노출될 경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절반이 사망에 이른다.

그런데 후쿠시마에는 치사량의 100배 이상의 방사능이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 있는 핵쓰레기들과 방사능에 오염된 땅, 잔해 등을 긁어모아 검은 봉투에 담아둔 핵쓰레기들이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7주기 퍼레이드 포스터.

매년 750여톤 핵쓰레기, 3년내 포화상태

그런데 후쿠시마처럼 '어쩌면 발생할지 모를' 핵발전소 사고보다,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 핵발전소의 고준위 핵폐기물들이 정작 더 큰 문제다.

30년 넘게 가동 중인 전국의 핵발전소에 만들어낸 핵쓰레기가 이미 1만5천 톤이 넘고, 해마다 750여 톤의 신상 핵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만5천 톤의 핵쓰레기가 임시저장 수조에 담겨져 있고, 임시저장 수조도 2~3년 내에 포화상태에 이를 지경이다. 그런데 지금도 시시각각 만들어지고 있는 핵쓰레기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 또는 처리할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핵발전의 역사가 길고 더 발달된 기술과 경험을 가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해법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원전 선진국이라고 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만약 수년 내에 핵쓰레기를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경주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소와 영광 한빛핵발전소 임시저장소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핵쓰레기 더미가 터져나올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하루빨리 '대책없는 핵쓰레기'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멈추고, 1만 5천톤의 핵쓰레기를 안전하게 영구저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사람의 지혜라도 모으고 보태서 최우선 과제로 핵쓰레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핵쓰레기를 나누다' 소포 배달 퍼포먼스는 모형 핵쓰레기 깡통을 전달해 절박한 심정을 알리자는 취지다.

모형 핵쓰레기 소포배달 퍼포먼스

'후쿠시마 7주기' 행사를 수십 년째 우리 곁을 차지하고 있는 핵발전과 송전탑이 만든 공동체 파괴, 핵쓰레기 문제를 뛰어넘어 생명존엄을 회복하는 나비행진으로 결정하고, 전국적인 관심과 참여를 모을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서 '핵쓰레기를 나누다' 소포 배달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있는 주민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와 절박한 심정을 알리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핵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형 핵쓰레기 깡통을 전달해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자는 취지였고, 영광·대전·경주에서 차례로 택배를 발송했다.  

2월19일, 한빛핵발전소와 32년 살아온 영광 사람들에게 이제 핵발전소는 대책없는 핵쓰레기 공장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부터 311 후쿠시마 사고가 그랬듯이 지진이나 쓰나미로 사고가 나면 빽빽히 차있는 핵쓰레기들이 뿜어낼 방사능이 제일 걱정인데, 더 이상 담아둘 곳도 없는 핵쓰레기를 매일 만들어내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는 호소, 일단 만들어진 핵쓰레기는 10만년 동안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될 수 있는데 어쩌자고 자꾸 만들고 있는 것인지 묻는 내용의 손편지를 담은 작은 모형 깡통을 만들어 보내기로 했다.

실제 핵쓰레기는 일반인에게 접근이나 공개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터넷에 공유되고 있는 핵폐기물 사진을 참고해 알루미늄 깡통을 구입, 노란 페인트를 칠하고 방사능 표시를 스티커로 표현하는 것으로 디자인했다.

현재 보관 중인 핵쓰레기는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온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우리 모두 한 사람이 300g씩을 10만년 동안 잘 보관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핵쓰레기 모형 깡통과 311 후쿠시마 7주기 행사 초대의 내용을 담아 전국으로 택배를 발송한 것이다.

'내 곁에 핵쓰레기'를 두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와 관계 기관, 언론사 등에 택배 선물을 안겨주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7주기 퍼레이드가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핵쓰레기 문제를 뛰어넘어 생명존엄을 회복하는 희망의 나비행진도 기획돼 있다.

안전 담당해야할 책임자들의 '핵호들갑' 

영광과 대전에서 보낸 총 90여 개의 핵쓰레기 모형 깡통은 대부분 무응답으로 외면당했지만 조심스레 왜 택배를 보내셨느냐며 그 의미를 묻는 전화를 준 국토교통부 장관실과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했으면 이런 이벤트를 생각해내셨는지 마음이 아프다'며 '총리님께 잘 말씀드리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해준 국무총리실, 전남도청의 반응으로 그 의미를 살릴 수 있었다.

반면에 핵폐기물 등 방사능 물질의 보안, 취급,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실에서 경찰에 '위험물'로 신고를 하고 경찰과 소방인력을 동원해 내용물 해체작업을 벌였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문을 갖게 됐다.

방사능 관련 물질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접근하게 된다 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이 허술한 택배 박스에 옮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택배를 받은 몇몇 국회의원은 '놀라고 불쾌했다'며 폐기했다고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는 주무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로 '민원이송' 했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과기부와 산자부에서 '핵호들갑'을 떨며 과잉 대응으로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는 배경에는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핵 안전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겪었던 수백 건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은폐와 같은 '핵폐기물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과 불안을 갖게 한다.

한바탕 소동을 겪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렇게도 무서운 걸' 옆에 끼고 사는 주민이 "월성원자력 인접 주민인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지만 30일여 일 동안 겨우 3천여 명의 참여에 그칠 정도로 외면받고 있는 아픔과 걱정이다.

3월10일(토) 오후2시, 광화문 광장에는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핵폐기물 모형 드럼통을 쌓아놓고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핵쓰레기 너머로 희망의 나비가 물결칠 수 있도록 핵발전소 멈추고 핵쓰레기 해법을 찾아보자. 

후쿠시마 7주기 '핵쓰레기 넘어 나비 날다'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311fukushimaparade/

/원불교환경연대 교육국장

[2018년 3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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