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

'중천건괘' 문언에서는 인(仁)은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선(善)의 으뜸인 원(元)이 인간 본성을 내재화된 것으로 '군자가 인을 본체로 하여 족히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된다'고 했다. 즉, 인을 체득함으로써 자기를 완성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인격적인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인(仁)은 사람 인(人)과 두 이(二, 天地)가 합한 글자로, 천지인(天地人) 삼재를 일관하는 선성(善性)으로 근원적인 덕이라 하겠다. 또 인은 자신의 근본인 천지신명으로부터 출발해, 천지부모의 대행자인 부모에 대한 사랑인 효로 드러나며, 이는 모든 인격적 행위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인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동시에 생명작용의 시초가 되기 때문에 씨 인(仁)으로도 불린다.  

인을 체용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계사상' 제5장에서는 음양의 작용이 인간 본성인 인과 지로 내재화되어 본체가 됐다고 하고, '중천건괘' 문언에서는 '인으로써 행한다(인이행지 仁以行之)'라 하고, '계사상'에서는 '인에서 돈독하여 능히 사랑한다(돈호인, 고능애 敦乎仁, 故能愛)'고 하여, 작용으로 밝히고 있다.

〈논어〉에서는 '효도와 공경함이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 된다'(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고 하고, '군자가 어버이에게 돈독하면 백성들이 인에서 일어난다(군자, 독어친칙민흥어인 君子, 篤於親則民興於仁)라고 하여, 인의 작용이 부모님과의 관계로 드러남을 논하고 있다.

또 〈맹자〉에서는 '인이 있고 그 어버이를 버리는 사람이 없고(미유인이유기친자야 未有仁而遺其親者也)'·'인의 실재는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이것이고(인지실, 사친, 시야 仁之實, 事親, 是也)'·'어버이를 친히 하는 것이 인이고(친친, 인야 親親, 仁也)' 등 이라 하여, 인은 부모님을 섬기는 것이라 했다.

특히 '진심장구'에서는 "인의 부자와 의의 군신과 예의 빈주와 지의 현자와(인지어부자야, 의지어군신야, 예지어빈주야, 지지어현자야 仁之於父子也, 義之於君臣也, 禮之於賓主也, 智之於賢者也)"라고 하여, 인이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로 논하고 있다. 즉, 부자관계는 효도와 자애를 근본하기 때문에 인은 유학의 근본사상인 효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정전〉에서는 부모은에 대해 '사람의 생사라 하는 것은 자연의 공도요 천지의 조화라 할 것이지마는, 무자력할 때에 생육(生育)하여 주신 대은과 인도의 대의를 가르쳐 주심은 곧 부모 피은이니라'고 하여, 인간 삶의 근본이 부모은임을 밝히고 있다.

또 '부모 보은의 결과'에서는 '우리가 부모 보은을 한다면 나는 내 부모에게 보은을 하였건마는 세상은 자연히 나를 위하고 귀히 알 것이며, 사람의 자손은 선악간에 그 부모의 행하는 것을 본받아 행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이치인지라, 나의 자손도 마땅히 나의 보은하는 도를 본받아 나에게 효성할 것은 물론이요'라고 하여, 효도의 실천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사은의 부모은은 〈주역〉의 인의 내용과 일치하며, 부모은에 대한 보은의 핵심적 내용으로 말하고 있는 '무자력자 보호의 도'는 인의 실마리가 되는 측은한 마음을 실천하는 것과 그 의미상에서 상통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2018년 3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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