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 교무

따뜻한 감성과 적극적 불공 문화 
신앙이자 교화의 바탕 되어야

우리에게 제대로 보고 듣고 먹고 느낄거리가 있는가.

우리의 자랑은 진실과 도덕적 자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세불로 오셔서 모든 인간이 구세주요, 미륵이 되는 길을 밝힌 대종사의 가르침과 깨달음이다.

그러나 오늘의 시대를 원융하는 결정적인 그 무엇이 아쉽다. 인간사를 관통하고 영성을 통할하는 '그 어떤 것'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그것을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문화란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이기도 하고 보이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물질과 일을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에 다니다가 입교한 어느 교도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교화에 있어서 원불교 문화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보통의 경우 기독교인들은 천하보다 귀한 한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전도한다. 전도 대상을 위해 그를 긍정하고 칭찬하고 축복해주며 그의 필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준비해서 교회에 나오면 성도들은 노래와 악기로 연주하며 박수로 환영해주고 공개적으로 기도와 선물을 주며 함께 식사한다.

또한 예배를 통해 거룩한 영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처음 나온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도록 알기 쉽게 교리와 교회의 의미를 영상과 이야기로 전달한다. 예배를 마치고나면 목회자와 전도자, 새 신자가 함께 만나 상담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신자부에서 챙긴다. 이 후에도 그들은 지속적으로 기도와 관심으로 새 신자가 교회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자신을 이토록 반겨주고 대접해주니 외롭거나 서먹하지 않게 크리스천이 되어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진리와 구원을 향해 가야하지만, 당장엔 물질에 치여 사람과 사랑이 그리운 현대인에게 이러한 따뜻한 배려와 헌신이 전도와 교회문화의 저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그가 원불교를 처음으로 스스로 찾았을 때 교당에서는 누구도 궁금해 하거나 반겨주거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서운한 채 돌아왔는데 괘씸해서 다음 주에 한 번 더 가보았더니 그 때도 역시나 아는 체 해주는 사람은 없고 냉랭한 분위기에서 자신들만이 아는 경을 열심히 외우고 어려운 설법에 마음공부 열심히 하자는 메시지만 남더라는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기독교는 타력신앙이라 예수와 목사를 통해야 하지만, 우리는 자타력병진 신앙이기에 스스로 수도하여 신앙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마음 자세와 교화 방법인 불공 신앙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한다.

봄볕 같은 가슴으로 겨우내 얼어있는 사람 마음을 녹여내는 마음도 문화이고,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아픈 곳 지져주는 마음도 문화다. 가을 낙엽 떨어질 때 함께 우는 눈물이나 겨울 문풍지 떠는 소리도 모두가 우리의 마음이요, 문화여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재가출가 구분 없이 지금 있는 교당의 교도들을 형제애로 대하고 쉬고 있는 교도들을 초대하여 맞이하며 교화 대불공을 해보자. 이런 훈훈한 분위기와 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감성과 정성의 문화가 우리에게 우선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내적 정신세계가 안으로 깊어지는 행복한 신앙공동체가 교화의 초석이 된다. 외적으로 보면, 법회나 예배는 종교의 얼굴이며 인상이기에 종교 문화의 척도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법회는 치밀하게 준비된 집회요 오롯한 의식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당에 처음 나온 사람이나 젊은이가 보더라도 알기 쉬운 회보를 만들고, 학자나 상인이나 예술인이 와서 보더라도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세련된 법회문화, 누구라도 편안하게 법회를 볼 수 있도록 시각적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감동적인 음악으로 감성과 영성의 근기를 바루어 귀를 즐겁게 해야 한다.

법문은 깊이 있고 유려하게 교법의 이치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된 설법을 준비하는 교무의 노력도 필요하다.

법회사회자 역시 절제된 말과 자세로 회상을 이끌어 법회의 품격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어디를 가나 음식은 문화의 최일선에 있다. 우리의 정신을 담은 계절밥상으로 맛있고 정감 있는 한솥밥을 만들어 하나의 식구, 행복한 신앙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보자.

/경남교구 마산교당

[2018년 3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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