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곤 교무
김성곤 교무

[원불교신문=김성곤 교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청소년 수련원에 관한 이야기들이 올라올 때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이 수련교관에게 혼났다는 이야기나, 수련교관에게 맞았다가 경찰에 신고해 수련회를 망친 이야기와 여기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들은 청소년 수련원 시설에 근무하는 나를 왠지 모르게 뜨끔하게 만든다.

지난 1년간 청소년 수련원에 근무하면서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이끌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수련교사라는 생각이나, 안전상의 이유와 질서를 위해 엄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대부분 청소년들을 대했다. 그러나 엄하게 또는 억지로 지도하다보니 청소년들과 친해지기는 커녕 힘이 들고 보람도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문득 소태산 대종사가 "미래에는 천권보다 인권을 더 존중할 것"이라는 <대종경> 불지품 13장 말씀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나의 학창시절에는 각종 체벌과 기합이 흔했었다. 적어도 우리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당연했었지만, 가면 갈수록 예전처럼 학생들을 억압으로 지도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청소년들을 엄하게 다루면 다룰수록 내 마음도 힘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싫어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지난 수련회 가운데서도 가장 편안하게 진행하고 청소년들에게 반응이 가장 좋았던 때는 2학기 마지막 수련회였다.

당시 마지막 수련 학교이었기에 내 모습 그대로 최대한 편안하게 청소년들을 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잘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단순하고 지루하게 여겨졌을 법한 수련회의 이런저런 일들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또 단상 위에서가 아니라 청소년들 옆에서 지도하며, 이런 나를 보는 아이들도 내게 다가와 더욱 관심을 나타내거나 소통을 하는 등 아름다운 추억들이 생겼다. 수련회를 마칠 때즈음 그 학교 선생님들은 '학교 내 평가에서 학생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다음 수련회도 완도로 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내가 공부했던 '청소년 지도사 과정'에서는 청소년을 미성숙하거나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동등한 입장으로 대할 것을 강조한다. 청소년 나이가 되면 어린 아이로 대하거나, 자유의사 등을 무시받거나, 강요 또는 억압 당할 때 청소년들은 자칫 인격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소년기에서부터는 청소년들이 적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을 충분히 인지하고 활동하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 그렇다.

때문에 지난 수련회를 진행하면서 크게 느낀 것은 청소년들도 지도받을 사람이라고 상대를 짓고 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러한 마음없이 진솔하고 더 위해주는 마음으로 대할 때 청소년들이 더 지도를 잘 받고 따른다는 점에서 말이다. 

상대심이 없이 하나되는 그 마음이 우리가 교화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이면 청소년교화는 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소남훈련원

[2018년 3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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