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진수 교무] 이른 봄 향기를 대변하는 매화는 정원의 대표적인 봄꽃이다. 매화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일본 도쿄의 도심에서 만나는 고이시카와 고라쿠엔 정원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정원은 매림(梅林)이라 불리며 홍매, 백매 등 무려 30여 종류의 다양한 매화가 피어나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은 동양권의 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으로 매서운 추위에도 변함없이 향기로운 꽃을 피우며 속세를 초월한 고결한 이미지로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고라쿠엔이라는 이름은 중국 북송시대의 학자인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온 선우후락(先憂後樂)에서 옮겨온 것으로 "국가의 안위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근심하고 나중에 즐긴다"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에도시대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조성 시에 중국 명나라의 유신인 주순수의 의견을 받아들여 중국 정취가 담긴 정원이다. 특히 엔게쓰쿄(圓月橋)로 불리는 수면에 보름달이 뜬 모습의 다리는 찻잔에 달이 뜬 것만큼 그윽한 풍취가 묻어난다. 달이 아닌 꽃을 찻잔에 띄어 그 향기를 음화(飮花)하는 방법은 어떨까? 

고라쿠엔 정원에는 정원 초기에 지어진 찻집이 있다. 매화향기 마주한 소박한 다실은 사방 유리 창문으로 인해 유리찻집으로 불리는데 현재 이 건물은 1986년에 4번째 재건된 건물로 일본식 다다미 다실과 현대식 티하우스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른 봄 꽃봉오리를 품고 있는 매화를 찻잔에 띄우거나 꽃가지 하나 화병이 드리우는 것은 아름다운 향기와 고아한 정취를 함께 즐기는 것으로 꽃말이 지닌 의미는 다르지만 초기에는 호의나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나 향기가 좋은 풀 따위를 선물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꽃의 색깔, 형태, 향기, 계절 등을 통한 연상에 의해 공동체 안에서 특별한 의미가 붙고, 어떤 풀과 꽃이나 과일·나무열매를 선물하면서 문자나 말을 통하지 않고 상대에게 어떤 정해진 의미를 전달하게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일본 도쿄 고이시카와 고라쿠엔 정원에서 만난 홍매. 이 정원에는 30여 종류의 다양한 매화가 피어난다.

일반적으로 꽃말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서양의 꽃말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원래 꽃말이란 문자나 음성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꽃(식물)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통해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암묵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면, 친구의 결혼식에 장미꽃다발을 선물한다든지,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에 붉은 튤립을 넣어 선물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꽃말이 서양의 풍속이라는 선입관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나 중국에서 꽃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다소 의아해하기도 한다. 

차문화가 동양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누구나 주지하는 사실인 것과 같이 꽃말이 차문화에 있어 찻자리의 중요한 매개체인 만큼 꽃말이 전하는 메시지를 바로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영국이나 프랑스의 꽃말도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와 페르시아 등의 동방 문화권에서 전해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닌 꽃이나, 과일, 나무열매 등을 통해 상대에게 은밀하게 때로는 기지 넘치게 전하는 방법은 사실 중국에서 아득히 먼 옛날부터 있었다. 

식물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시경(詩經)〉이나 굴원이 집대성한 〈초사(楚辭)〉 등 중국의 고대 문학작품에서 접할 수 있다. 꽃말의 의미는 서로 달라도 새봄에 피어나는 매화를 찻잔에 띄워보는 호사는 자연이 주는 선물로 봄이 충만한 이유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2018년 3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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