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생태주의는 자연과 인간, 지구와 생명, 사회와 공동체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문명의 쾌속적인 발달(물질 개벽)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미래, 더욱이 지구 공멸의 위기감 속에서 생태주의는 중요한 대안으로, 또 다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향점으로 정립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자연과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분리되어 있는 존재인가 하는 데 대한 인식이다. 개별자인가, 아니면 공동체적 존재인가. 

생태주의는 당연히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는 존재, 공동체적인 존재로 보고 있는 사상이다. 네가 있음에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네가 있는 것이다. 개별자로 나누어져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일방의 문명은 촉진되었지만 자연 약탈, 탐욕과 전쟁, 불평등과 차별 사회가 생겨나 심각한 생태계 위기를 맞았다고 보는 것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 사상도 마찬가지다. 타(他)는 나를 제외한 모든 타자를 말한다. '하나'라 하지 않고 굳이 '둘이 아님'을 말하는 것은 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둘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직접적으로 깨는 말이다. 인류와 생령의 미래를 볼 때, 너와 나를 '분리된 개별자'로 인식하는 세계관에서, 너와 내가 하나로 '이어진 관계'라는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사은(四恩) 사상은 생태주의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킨 교리이다. 즉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라는 매우 간절한 말씀은 우리 모두가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며, 더 나아가 서로 깊이 은혜를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는 관계라는 말이다. '천지 보은의 결과'에 보면 '우리가 천지 보은의 조목들을 일일이 실행한다면 천지와 내가 둘이 아니요, 내가 곧 천지일 것이며, 천지가 곧 나일지니'라는 구절이 있어 이러한 사상을 뒷받침한다.

부모은은 말할 것도 없고 동포은과 법률은도 사농공상이라는 사회적 관계망 속의 연결, 이와 함께 금수초목, 또는 초목금수로 대표되는 생태적 그물망 속에 우리가 놓여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연결망이 파괴될 때, '개인과 개인끼리 싸움이요, 가정과 가정끼리 혐극이요, 사회와 사회끼리 반목이요, 국가와 국가끼리 평화를 보지 못하고 전쟁의 세계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 '피은의 강령'에서 매번 똑같이 강조하고 있는 이 구절은 삼라만상이, 모든 개체가 깊은 은혜의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런 생태적인 인식은 우리 시대가 지향해야 할 생명 평화의 화두를 함께 던져준다. 왜냐하면 은혜가 곧 평화이므로. '은혜를 서로 느껴야 참다운 평화 세계가 되나니라.(〈정산종사법어〉 도운편 19장)'고, '사중 보은의 도리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깨달을지니라(〈정산종사법어〉 경의편 8장)'고 했으니까. 

사은 사상은 자타불이의 생태주의 사상인 동시에 거대한 생명 평화 사상이다. 그러므로 원불교는 생명이요, 평화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3월 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