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특수학교 전공과 취업·자립 지도
조금 느린 아이들… 비장애인과 많이 만나야

지적장애인 세상으로 이끄는 멘토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어릴 적부터 남을 위한 삶을 꿈꾸며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바라던대로 특수학교 교사가 돼 조금 느린 아이들과 함께해온지 33년,  세상을 향한 지적장애인들의 희망멘토 위영순(법명 지후·성동교당) 서울동천학교 교사를 만났다.

가장 높은 지능도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인 지적장애 아이들을 만나는 그. 다운증후군같은 염색체 이상이거나 선후천적으로 지능이 평균보다 낮은 학생들이 다니는 서울동천학교는 유치부부터 초·중·고, 그리고 취업과 자립반으로 나뉜 전공과 과정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순수하고 단순해요. 물론 고집이 세거나 자기절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폭력성을 동반하는 중복장애가 있기도 해요. 하지만 좀 느릴 뿐,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들어주고 고치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오히려 돌발상황만 없으면 비장애인보다 훨씬 꾸준하고 성실하죠."

앉자마자 자랑을 늘어놓는 위영순 교사. 장애인들을 대하는 그의 노하우는 명쾌하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 파악해 그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 이를테면, 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아이는 줄이 흐트러지면 갑자기 흥분할 수 있다. 이럴 때 이를 미리 짚어 조심하거나, "선생님 실수로 줄이 삐뚤어졌구나", "그럼 □□가 맞춰볼까?", "○○가 줄 맞추기를 참 잘하네"라고 권유 및 대화를 이어나간다.

"사실 원칙은 비장애인이나 다름없어요. 꼭 어린애들이 아니라도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어르신, 환자를 대할 때 꾸중이나 지적보다는 상황을 이해하고 칭찬 먼저, 그리고 설득을 하죠. 지적장애 아이들은 납득할 때까지 오래 걸리고 반복이 더 필요할 뿐이에요."     

아이들 이야기에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간간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위 교사. 학교에서도 그는 학생들을 무한정 배려하거나 위해주지 않는다.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예절과 사회생활이 진정한 자립이라는 신념에서다. 특히 그가 맡은 전공과의 직업·자립반은 사회 진출을 앞두고 받는 마지막 과정으로, 한명 한명이 세상에 나가 혼자 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한다.

"'너희들이 장애인이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말해요. 보통 지적장애 아이들이 취업을 가면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대인관계가 어려워 일을 오래 못하거든요. 태도교육이 중요한 이유죠."
장애인의 사회화에 있어 학교보다 더 중요한 곳이 가정이라고 말하는 그. 그는 '핸드폰을 사줘라', '기본적인 예의를 가르쳐라', '가정 내에서 역할을 줘라'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일관성 있는 지도법과 몇 시가 되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규칙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도 덧붙인다.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한번은 대중음식점, 마트, 직업현장 등을 가서 체험학습을 합니다. 사회와의 접점을 자꾸 만드는 게 중요해요. 가정이나 공동체에서도 더 많은 경험으로 두려움을 없애고 대중예절을 가르쳐줘야 해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맞아 회자되는 말이 있다. '주변에 장애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인이 집 밖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장애인들은 더 나와야 하고,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더 만나야 한다는 것. 특히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같은 통합교육 과정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그다.   

56년 인생 중에 33년을 장애 아이들과 함께 한 그. 아이들의 문화력을 높이기 위해 연극, 발레, 자수, 재봉, 바리스타 등을 직접 배워 지도하고,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바탕으로 취업률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신일스승상을 수상했다. 

"누구나 갑자기 장애인이 되거나, 가족이 장애를 겪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내가 장애가 아니어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구나 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들이 참으로 귀하지요."

남편 김정상 교도부회장 연원으로 입교한 그는 인도품 22장의 '남을 가르치는 방법은 먼저 내가 실행하는 데 있나니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산다. 특수학교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곧 롤모델이라 "진정한 교사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보여줘야 한다"며 늘 자신부터 살피고 챙긴다. 

"아침마다 일원상서원문을 외우면 마음이 즐거워져요. 남편과 아이들도 늘 지지해주고 성동교당에서도 늘 힘을 얻어가니, 일원가정의 중요성도 늘 느끼지요. 종교적으로는 성동교당이 어서 번듯한 교당을 갖게 되는 것과 원불교가 더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 길 들어 한번도 후회하거나 원망해본 적 없다는 위영순 교사의 오롯한 공심. 핸드폰에 가득한 아이들과의 사진을 보니 감사로 가득찬 그의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웅크렸던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세상에 우뚝 세우는 것, 그는 이 귀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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