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소성리 진밭교 위 평화기도가 3월11일 1주기를 맞았다. 교단은 이곳에서 '이 땅 어디에도 사드는 필요 없다'는 명제아래 성주성지수호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기도를 이어왔다. 수많은 연대자들에게 원불교를 알렸고, 성주 소성리는 평화의 성자 정산종사의 탄생지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지난해 사드배치로 상처투성이인 이곳 진밭교에도,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봄소식이 전해졌다. '평화'가 곧 '정의'라는 신념으로 남 먼저 깃발을 든 두 성직자, 조헌정 목사와 강해윤 교무를 9일 진밭교에서 만났다. 
조헌정 목사(오른쪽)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목회활동했다. 15년 전 귀국해 서울 향린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퇴임했다. 효순이·미순이 사건을 시작으로 평택미군기지, 제주 강정 해군기지 등 평화통일을 위한 현장목회자로 살았다. 향린교회는 1953년 교회개혁을 외친 12명의 젊은 목회자에 의해 설립됐으며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에 앞장서고 있다. 9일 두 평화운동가, 조헌정 목사와 강해윤 교무를 만나 길 위의 평화에 대해 물었다. 사진=정성헌 기자 jung@wonnews.co.kr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6일 대북특사단이 발표한 방북 결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헌정=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 소식까지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다. 평화의 다리를 반쯤 건너온 것 같다. 
강해윤=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자연의 이치대로 되는 것 같다. 좀 더 기대를 한다면 남북 간 평화협정이 꼭 이뤄졌으면 한다. 

성소가 아닌 길 위의 평화운동가로 산다는 것은.
강해윤=인간의 몸은 유한하지만 그 정신력은 무한하다. 소태산 대종사는 한 번도 조선 땅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전 우주적 깨달음으로 인류애를 실천했다. 교조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이 땅 어디에도 법당 아닌 곳이 없다. 
조헌정=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라고 한 뜻은 민중의 삶과 유리된 성전은 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향린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장예배라는 이름으로 버스를 대절해 교인들과 평택 미군기지에서 예배를 본 적이 있다. 우리사회의 폭력과 분단, 통일의 문제가 그곳에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진밭교도 성전이다.

평화란 무엇인가. 
조헌정=평화(平和)란 글자 그대로 벼를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는 뜻이다. 평화는 경제적 평등까지 포함한다. 평화가 실현되려면 사회 전체가 균등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사드배치가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권력자들의 말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온 우주의 생명이 부름 받은 하늘의 명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평화다.
강해윤=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평화란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평화란 모든 생명이 제각각 가치를 발휘하면서 함께 사는 것이다. 이곳 소성리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종교가 가장 많이 평화를 외치지만 다분히 이념적이었다. 이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삶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분단 문제를 남북대결구도로 놓고 북한에 책임을 떠넘겼다. 사드로 인해 미국의 민낯을 보았고,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임을 알게 됐다. 
조헌정=평택 미군기지 건설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미국의 세계패권주의에서 나왔다. 미국 산업구조를 보면 1/3이 무기생산과 연관돼 있다. 창고에 쌓인 엄청난 무기를 어디에 퍼부을지….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도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헌정=북한은 평양을 전쟁의 잿더미에서 하나하나 일으켜 세웠다. 어렵게 일군 땅을 다시 폐허로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누구보다 평화를 원하고 있고, 핵무기 기술력도 상당한 고도에 올랐다. 미 국방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북한이 이번 계기로 세계 비핵화로 나아가는 좋은 역할을 하리라 본다. 
강해윤=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을 꺼낸 것은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신뢰회복이 첫째다. 지금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니, 섣부른 말로라도 이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 전 세계 평화운동가와 종교가 민중을 깨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사드기지 길목, 진밭교의 의미는.
조헌정=사드 도입 과정에서의 비리와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또한 더 좋은 장소도 많을 텐데 굳이 원불교 성지에 사드가 배치된 것은 원불교의 축복이라 본다. 현재 새로운 영성을 찾아 헤매는 기독교 신자들이 200만 명이라 한다. 원불교가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종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강해윤=전 세계에 미군기지가 1천6백여 개가 있다. 그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곳이 평택 미군기지이고, 제주 강정 해군기지는 동북아의 해상거점을 만들려는 미군의 의중이 반영된 곳이다. 그리고 미사일기지로 성주에 사드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진밭교는 그 길목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원불교인들이 찬 서리를 맞고 이곳에 앉아 매일 같이 철야기도를 할 때, 수많은 민중들이 이슬이라도 막을 수 있게 천막을 쳐주고, 연대하고 함께 기도해줬다. 당번은 원불교가 맡고 있지만 미군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겠다는 모두의 염원이 담긴 곳이다. 또 하나는 민족 분단의 문제에 이제는 응답해야 한다는 진리의 뜻이 담긴 곳이다. 
조헌정=개신교에는 예수의 말을 해석해 내는 열쇠 말이 있다. 원불교에 바라는 바는 스승의 말씀을 이곳 진밭교의 열쇠 말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해윤=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무여한의 깃발을 들자고 제안했다. 많은 사람들이 뜬금없다며 한자 아래에 해석이라도 써주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몰라도 상관없다,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했다. 대종사는 사무여한의 기도정신으로 보통의 민중(구인제자)에게 깨달음의 빛을 얻게 해주었다. 종교는 교조의 정신을 면면히 이어와 오늘을 살아야 한다. 외세와 분단, 지역과 이념 갈등으로 점철된 이 사회를 교조의 정신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사무여한의 깃발을 들었다. 

이곳은 평화운동이 주춤해졌다. 다시 살리려면.
강해윤=9월 2차 사드장비반입 때 사람들이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현장에 와서 그 현장과 맞닥트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기도처이고 공부도량이다. 
조헌정=지금도 이곳을 지키는 젊은 평화지킴이들이 있다. 민족의 문제, 어르신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은 신의 마음이 그 속에 깃들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사람이 삶을 마칠 때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되는 순간은 고통당한 이웃과 함께한 시간이다. 

남북통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헌정=통일의 문제는 상대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남한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양 체제를 아우르는 제3의 새로운 가치체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난 70년 동안 고통 받은 한반도에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것이다. 다만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여줬든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민간교류 프로그램이 많이 선행됐으면 좋겠다.
강해윤=남북 청소년들의 교육, 문화 차이를 극복할 연구센터로 4월3일 한겨레학교 부설, 통일교육연구센터가 개소한다. 

진밭교를 지키는 원불교인들, 지킴이들에게 격려해 준다면.
조헌정=향린교회에서 14년간 현장목회자로 살면서 나는 교회 성장보다는 바른 길에 서 있으려고 노력했다. 흔들리지 않고 계속 바른 길을 걸어가면 언젠가 때가 온다. 종교의 핵심은 평화에 있다. 예수의 마지막 말도 구원이 아닌 평화였다. 원불교가 바른 길에 흔들림 없이 가면 영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다만 평화의 메시지를 이 시대의 언어로 해석해 내야 한다. 향린교회는 아픔의 역사였지만 바른 길을 걸어왔기에 지난해 루터 개혁 500주년을 맞아 베를린역사박물관에서 펴낸 〈The Luther Effect〉란 책에서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하는 교회로 선정됐다.  
강해윤=한반도 평화가 세계 평화를 만드는 중요한 기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밭교를 잘 지키며 연대자들과 함께 평화 일궈 가겠다.  
 

두 평화운동가의 첫 만남은 용산 참사 현장에서 이뤄졌다. 그 뒤로도 촛불 현장에서 자주 만나 민족 화해와 평화를 위해 앞장서 왔다. 강해윤 교무는 사회가 거대한 바다라면 종교는 그 위의 파도와 같아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달마산 사드기지로 가는 길 위에서 굳건한 평화지킴이로서의 행보를 약속하다.

[201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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