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쇄(精灑)하고 깨끗한 봉래정사는   
도덕주인 종사주의 수양처라오 
산상에다 초옥수간을 건립하고서 
방문위에 석두암의 현판달았다
 

앞산에는 풀은 수목 삼립하였고 
그 옆에는 인장바위 용립(聳立) 했으며   
골자기마다 맑은 물이 철철 흐르고 
산새들은 가지각색 노래 부른다
 

아름답고 귀중할사 봉래정사여 
복혜족의 대성 종사 뫼시었으니 
언제든지 길이길이 장수하여서 
영원토록 우리들의 정신 맑히라.
 

글/구타원 이공주(1896~1991) 종사
출처/<월말통신> 제35호(원기17년 4월)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시인데 3장은 생략했다. 봉래정사에 대한 당시의 묘사가 세밀해 상상만으로도 그 모습이 그려진다. 이 시를 음미하고 있으면 지금도 변산 봉래정사에는 대종사님과 선진님들이 왕래하며 구전심수로 가득 찬 법열이 느껴진다. 열심히 법설을 받아 적는 제법의 열의 또한 전해온다. 

서울 생활하던 구타원 종사는 법 받들고자 변산구곡로까지 한 걸음에 달려오지 않았을까. 인생에 있어 어느 순간 한번쯤은 한 걸음에 달려가 만나고 싶고, 뵙고 싶고, 바라보고 싶은 그런 존재가 있을 때 참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바라기'라고 한다. 해바라기는 해를 사모하며 그 무거운 고개를 이겨내듯, 우리는 법바라기가 되어 마음의 안테나를 스승님께 연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경계에서 본래심을 놓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 내 생각 속에 함께한 대상은 누구였는가?  

/둔산교당

[201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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