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은 누추해도 늘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는 가르침
나 하나 출가로 9족이 생천한다는 격려가 큰 힘 돼

원기78년(1993) 1월8일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 날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매년 이 날이 되면 혼자 조용히 그 날을 상기한다. 때론 자축한다. 이 날은 내가 첫 출가의 길에 올랐던 때이기 때문이다.

당시 원광고등학교 법당에서 배현송 교무님의 추천으로 8명이 함께 출가를 했다. 김경원, 김덕욱, 류법현, 김대용, 박선장, 김유인, 홍현중 그리고 나. 

나와 함께 출가한 동지들은 대부분 원불교 집안이 아니었다. 또 어릴 적부터 원불교 생활을 해오던 학생들도 아니었다. 교무님은 이런 우리들이 정말 제대로 된 출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깊이 서원을 챙기고, 서로서로 끈끈한 정이 흘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간사근무지로 떠나기 전에 우리는 영산을 찾았다. 소태산 대종사가 어린 시절 산밭재 산신령을 찾기 위해 두 손 모았던 산밭재에서 서원을 다지기로 한 것이다. 산밭재에 도착한 우리는 1,080배를 했다. 그때 함께 간 10명의 친구들은 각자 108배씩 1,080배를 밤새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금 각자의 출가에 대한 서원과 다짐을 깊이 뿌리내리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서로 도와가면서 끝까지 이 길을 같이 걷자고 결의했다. 그런 후 각자의 임지로 떠났고 난 1월 8일에 전주교당으로 갔다.

전주교당에서 간사 근무하던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근무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침 청소시간에 청소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당시 박정훈 교구장님이 "아침에 청소했냐"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아침에 청소를 했으니까 "했습니다"고 말씀드렸다. 

식사 후에 교구장님과 같이 주차장을 나갔다. 그런데 주차장에 아무렇지 않게 흩어져 있는 모래 알갱이들을 보며 "이것이 안 보이냐. 이래도 네가 청소를 했냐"라고 물었다. 나는 분명히 청소를 했기 때문에 재차 "했습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른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고 나무라셨고, "다시 청소하고 보고 하라"고 했다. 하루 종일 쭈구려 앉아서 주차장의 모래를 다 쓸어내고서 오후에 보고드리니 다시 나오셔서 주차장 바닥하고 입구 올라오는 부분, 벽과 바닥의 사이를 일일이 살피면서 말씀했다.

"청소는 모나게 하는 것이고, 마음공부는 둥글둥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는 이렇게 구석진 곳을 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주셨다. 이것 말고도 간사근무 시절에 법당 청소를 하고 나면 직접 오셔서 손으로 창틀, 의자 팔걸이 등을 만지면서 먼지가 있는지 살폈다. 

또 선실에서 좌선이나 의식이 끝나면 방석이 일렬로 잘 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다 꺼내어 직접 다시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침 좌선이 끝나면 꼭 촛대 사이 간격과 경종의 수평을 보고, 틀어지면 바로 잡곤하셨다. 그래서 나는 줄자로 촛대의 사이를 맞춰서 놓았고, 그 자리를 펜으로 표시해서 전 날 점검시에 꼭 자리를 확인했다. 

교당은 누추하지만 늘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어야 하고,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반듯하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했다. 이러한 가르침으로 2년을 산 것이 지금 출가 생활을 하면서 일을 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물건을 반듯하게 놓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수학기간에 계속되는 화두는 내가 왜 출가했나였다. 원불교와 인연이 없던 내가 1년만에 출가를 결심하고 나온 것이 참 신기했다. 

그럴 때면 이산님은 "일자 출가에 구족이 생천한다"고 했는데, "너희 집안에는 너 하나 출가로 9족이 생천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경사겠냐"며 격려해 줬다. "너만 공부 잘하면 너만 성불하는 것이 아니라 너로 인해 9족이 생천하게 되니 열심히 공부해라"고 허허 웃으면서 말씀했던 기억이 난다.

원불교학과 4년을 다니면서 나는 어떠한 교역자로 살아갈까 고심하는 중에 사회복지를 알게 됐고, 사회복지를 복수 전공으로 공부했다. 방학이면 동그라미재활원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지냈다. 

4학년 졸업할 즈음 나는 사회복지를 통한 낙원세상 실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추천교무님, 지도교무님, 간사근무지 교무님들과 상의하고 최종적으로 도무로의 삶을 선택했다. 

[201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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