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원기 원년 사월 이십팔일에 대종사 대각을 이루시고'로 시작되는  〈대종경〉 서품은 이와 같이 대종사의 대각으로부터 비롯된다. 대종사의 대각은 서품뿐 아니라 〈대종경〉 전체의 시작이다.

대각, 경전 열람, 연원, 개교 표어, 첫 교화단, 저축조합, 방언공사, 법인성사까지 숨 가픈 드라마가 펼쳐져 있다. 대각 직후 초기 교단의 모습이 더욱 풍부하게 담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서품은 새 시대 새 종교의 출발을 그려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대목이다.

서품의 중후반을 차지하는 법문들은 모두 〈조선불교혁신론〉을 담고 있다. 〈조선불교혁신론〉은 재래 불교를 시대에 맞게 혁신해 대중교화를 하자는 논문으로 원기5년에 변산 봉래산에서 초안하고 원기20년에 발간해 상당한 기간 동안 초기교서의 하나로 사용되다가,(<원불교교사>5장 교법의 초안 3.교강 선포와 초기 교서 초안) 〈대종경〉이 편찬 될 때 서품으로 편입됐다.

〈조선불교혁신론〉은 불교가 장차 세계적 주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하지만 '재래와 같은 제도의 불법'으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불법'의 형상을 제시한다. '사농공상을 여의지 아니하고 재가출가를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불법'(<대종경>서품 15장)이 그것이다. 

〈조선불교혁신론〉의 요체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말씀은 '서품 18장'이 아닐까. 서품 18장에는 서품 15장에서 제시한 '미래의 불법'이 갖춰야 할 내용을 훨씬 구체적이고 적실하게 배열해 새 시대 새 종교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도 그렇겠지만 100년이 지난 이 시대에도 그 혁신성이 대단하다.

재래 불법의 가장 큰 문제는 출세간 본위로 제도가 되어 있는 점이다. 일반 신자는 객에 불과하다. 인간이 없는 산간에 교당이 있고, 경전이 너무 어렵다. 사농공상의 직업이 없으며 출가자는 결혼을 절대 못한다. 형식 불공만 있고 세간 예법은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재래 불법이 대중 교화에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혁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재가출가에 대해서나, 불제자의 계통에 있어서나 주객 차별을 없애자 한다. 교당도 신자를 따라 어디든 설립하고, 경전도 정수를 가려 쉬운 말로 편찬한다. 출가자도 처지에 따라 직업을 갖게 하고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긴다. 예법도 사실 불공을 주로 하여 세간 생활에 유익한 예법을 더 밝히자고 했다. 

서품 18장은 미래지향적인 원불교 '제도'의 청사진이며, 원불교가 새 종교로서, 대안 종교로서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지침이다. 그러므로 이 지침은 지금도 앞으로도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를 늘 돌아보아야 한다. 이 지침에 따라 출가자 위주의 교단 운영을 재가출가가 함께 열어가고 있는가? 출가자의 직업과 결혼 선택도 '처지에 따라', '각자의 원'에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대종사의 비전, 대종사의 미래 구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게 하는 것은 후래 제자들의 몫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래 불법의 제도를 뛰어넘는 변화를 많이 이뤄 왔으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 개교 100년이라는 전환점이 무척 아쉽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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