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계속되고 있는 교단 정기 법위(法位) 사정(査定)에서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 1136명이 또 다시 추가 확정됐다. 재가교도 1016명, 출가교도 120명으로, 이번 법위사정으로 인해 교단의 법강항마위 누적 통계는 7천6백여명으로 늘어났다. 

법강항마위는 어떠한 법위이며, 어떠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경지이던가. 원불교 최고 경전인 <정전(正典)> 법위등급에 의하면, 육근을 응용하여 법마상전(法魔相戰)을 하되 법이 백전 백승하며, 우리 경전의 뜻을 일일이 해석하고, 대소 유무의 이치에 걸림이 없으며,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은 사람의 위라고 밝혀져 있다.

또한 법강항마위는 원불교 계문인 30계를 완전히 실행해야 한다. 그 가운데에는 아만심을 내지 말아야 하고, 탐심(貪心)·진심(瞋心)·치심(痴心) 즉 삼독심(三毒心)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 작용과 관련한 중대한 계문이 있다.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조복받고 실제 삶에 있어서 재색명리(財色名利)의 물욕과 명예욕까지 일체 항복을 받아야 한다. 

특히 소태산 대종사는 심신간 육근동작을 통해 삼십계문을 일일이 지키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견성(見性)을 못한 사람은 정식 법강항마위의 첫 성위(聖位)에 승급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대종경〉 변의품 34장)

오늘날 교단이 견성을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는 정기훈련 기간인 동·하선(冬夏禪)에서 성리법문을 많이 설하고 제자들과 성리문답을 즐겨했다. 〈대종경〉 성리품 22장에 삼산 김기천에게 견성 인가를 내린 정황이 나온다.

"법은 사정(私情)으로 주고 받지 못할 것이요, 오직 저의 혜안(慧眼)이 열려야 그 법을 받아 들이나니, 용(龍)은 여의주를 얻어야 조화가 나고 수도인은 성품을 보아서 단련할 줄 알아야 능력이 난다"고 했다. 원기 13년(1928)의 일이었다.

이 당시 정산 송규의 견성 유무에 대한 문정규의 질의에 대해 대종사는 "집을 짓는데 큰 집과 작은 집을 다 같이 착수는 하였으나, 한 달에 끝날 집도 있고 혹은 일 년 혹은 수 년을 걸려야 끝날 집도 있듯이 정산은 시일이 좀 걸리리라"고 답했다. 이처럼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견성 인가를 섣불리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원불교 교사>에 의하면, 원기 38년(1953) 교단 창립 제1대 성업봉찬대회 당시 법위 사정의 결과를 보면, 법강항마위 이상 법위는 대각여래위 소태산 대종사, 출가위 송도성, 법강항마위 김광선, 김기천, 이동안, 오창건, 이재철, 박세철, 서동풍, 이인의화 등 8인이고, 정산종사는 당시 종법사라 당신의 법위 사정을 유보했다.

이처럼 존엄했던 법위였는데, 법강항마위가 3년마다 1000명 단위로 대량 생산이 되어 원불교신문에 그 이름 석자 조차도 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진정 대도정법 회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정전> 법위등급 조항의 실력 여부를 검증할 생각은 않고, 연조나 공적 위주로 계량화된 별도 사정 기준으로 3년 단위로 법위를 올리다 보니, 이런 해괴한 현상에 이르게 된 것이라 판단된다.

좌산 상사가 종법사에 취임했을 당시, 독대(獨對)에서 이러한 법위사정의 관행에 대해 "잘못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이미 진행이 되어 있어서 내 선에서 멈출 수 없다"는 고백을 들은 바 있다. 이후 경산종법사에 이르러 오늘날까지 이러한 행태의 법위사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법위 사정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원기 91년(2006) 9월 열린 출가교화단 총단회에 교정협의 안건으로 상정, 채택이 되어 '법위사정제도 개선위원회'가 발족되어 일년간 수차례 회의를 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향후 발족될 백주년기념성업회에 교단의 제도혁신안으로 넘겨 재정과 인력을 확보해서 제대로 된 개선 방향을 찾기로 논의됐으나, 막상 백주년기념성업회가 발족되었을 때 제도혁신분과 회의에서 법위사정제도의 부당함과 그 개선을 요청했으나, 실무진이 이를 간과했고 이후 제도혁신분과 활동이 중단됨으로써, 교단의 혁신이 멈춰지고  법위사정의 고질적인 병폐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산종사가 친제한 대재 희사위전 고축문에 의하면, 법강항마위는 유교(儒敎)의 현인(賢人)에 해당하고, 출가위 이상 대각여래위는 성인(聖人)에 해당이 된다. 법강항마위도 성현의 반열에 오르는 도인이자 인격자로 만인의 존모를 받는 표상이요 스승으로서 참으로 희귀한 법의 경지인 것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법강항마위 이상의 법위 사정은 섣불리 할 수 없는 것이고, 함부로 남발한다면 법계와 제불제성전에 중죄를 짓는 것이다. 

<효경(孝經)> 간쟁(諫爭)편에 보면, "천자는 바른 말로 간쟁하는 신하가 7명만 있으면 아무리 무도(無道)해도 천하를 잃지 않고, 제후는 쟁신(爭臣) 5명만 있어도 나라를 잃지 않고, 대부는 그런 신하 3명만 있으면 제 집안을 잃지 않고, 선비는 바른 말로 일깨워 주는 벗만 있어도 명성을 지킬 수 있다"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당대 종법사가 이러한 법위사정의 오류를 멈추지 못할 때, 수위단원 몇 사람이라도 쟁신이 되어 이러한 법위사정의 온당치 못함을 바른 말로 간(諫)을 한다면 잘못된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인데,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바른 견해로 용기있게 나서지 않으니 교단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판단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쟁신의 역할을 교단의 언론인 원불교신문의 사설이 자임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됨을 밝힌다.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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