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당해 한 마음 돌릴 수 있는 여유
내 마음에 공들이는 작지만 행복한 성과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30대에 미용을 배워 30년 가까이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미용사 일을 하면서 내 마음에 공들이고, 하는 일마나 공들이며, 만나는 모든 인연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파마, 커트, 염색은 주로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데, 때로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커트는 방심하면 순식간에 이상하게 잘리게 된다. 다시 고쳐서 자르려면 진땀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자르기 어려운 손님이 오면 커트하기 전에 청정주 또는 염불을 외우며 정신을 가다듬고 자르기 시작한다. 

한번은 나이가 지긋한 교도님이 처음으로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왔다. 미용실을 빙 둘러 보고서는 교도라면서 일원상은 왜 안 걸려 있느냐, 교전은 왜 옆에 없느냐 라고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물을 원하시기에 생각없이 정수기에서 물을 담아 드렸다. 그러나 그 교도님은 더운 물과 찬물을 적당히 섞어서 달라고 했다. 

처음 온 손님인데 너무 까탈스러워 당황했지만 마음을 챙기고 정성을 다해 파마를 해 드렸다. 당황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을 챙겨 파마를 해주니 다음에도 찾아왔고, 조금씩 관계가 좋아졌다. 나중에는 과일도 갖다 주고 이것저것 챙겨 주기도 했고, 열반할 때까지 우리 미용실에 다녔다. 

이렇게 손님에게 아니 사람에게 공을 들이니 나에게 공이 돌아왔다. 나는 미용학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미용봉사를 다니고 있다. 원광효도마을이 생기기 전 원광요양원으로 미용봉사활동을 다녔다. 처음에는 간간이 다니면서 깎아드렸는데 지금은 정기적으로 머리를 손질해 드리고 있다. 혼자서 아침 일찍 7시 정도에 가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 드리고 와서 영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경계가 올 때가 몇 차례 있었다. 머리를 깎아 드리려고 봉사활동을 가면 직원들이 미리 준비를 안해놓을 때도 있고, 도와줄 분도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찍 나오기가 힘들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미용을 해주려고 일부러 봉사하러 온 나는 순간 경계가 오고, 빨리 마치고 영업을 해야 하는데 도와주지 않는 시설 직원들을 보면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 그만 다니면 되지"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어르신 머리를 보면 까치집, 참새집이 지어져 있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누워 계시기만 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경계가 왔던 내 마음을 돌리고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 드리면 어르신들이 깔끔해지고 금세 말끔해진다.

'그래 이거면 되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준비하고 머리를 깎으면 되지' 하면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 마음을 돌리고 어르신들의 깔끔해진 모습을 보면서 경계가 없어졌다. 이렇게 경계가 없어지고 지금까지 미용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마음을 다독이면서 공을 들였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금은 시설 선생님들도 잘 도와주고 준비도 잘해 주고 있다. 

최근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날도 새벽5시부터 준비를 하고, 아침 식사를 챙겨놓고 미용 봉사를 하러 나섰다. 오전7시 집에서 출발하느라 나름 부산했던 탓에, 남편의 혈압약 등을 챙겨놓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지병이 있던 남편이 쓰러졌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이후 치료 등에 매달리느라 남편도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되고 있다.  
어려움을 당해 한 마음 돌릴 수 있는 여유도, 내 마음에 공을 들이는 작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에서도 공을 들였을 때와 공을 들이지 않았을 때에 결과는 큰 차이가 났다.
공을 들인다는 것이 어찌 보면 어렵고 큰일 같지만, 일상생활 속 작은 일들부터 공을 들인다면 그 결과는 큰 차이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그렇고 우리 교도들도 사소한 일부터 공을 들인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하는 인연들과 더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도원교당

[2018년 3월 2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