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원불교 교도증 뒷면에 그려진 문왕팔괘도(文王八卦圖)를 보고, 일원철학이 역학(易學)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대종경〉 서품과 〈원불교교사〉에서 설명되어진 팔괘(八卦)와 방위를 공부하고, 불법연구회 팔괘기(八卦旗)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불법연구회가 창립된 원기9년(1924)에 교단 활동의 출발을 선포하면서 팔괘기를 회기(會旗)로 만들었고, 1940년대까지 불법연구회 행사에 사용한 회기는 문왕팔괘도와 유사하지만 철학적으로나 형태적으로 문왕팔괘도가 아니다. 이것은 '팔괘도가 가지는 철학적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과 관계되며, 이 문제를 밝히기 위해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주역〉의 문왕팔괘도와 불법연구회 팔괘기를 엄밀하게 분석하면, 대략적으로 여섯 가지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아래 그림 참고)

일원팔괘기

 

소강절의 문왕팔괘도

첫째, 불법연구회 팔괘기에 그려진 팔괘가 바라보는 방향이 문왕팔괘도와는 다르다. 문왕팔괘도는 안에서 밖으로 향해 있지만, 불법연구회 팔괘기의 팔괘는 밖에서 안으로 향해 있다. 이것은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서양 고대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은 것으로 사고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마음이 대상 세계(밖)로 향하는 것을 내 본성(안)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대종사의 가르침이 우리 내면의 본성·불성을 깨우치는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전통적으로 〈주역〉에서 문왕팔괘도는 수(數)의 이치를 담고 있는 낙서(洛書)와 일치시키고 있다. 낙서는 1·9, 2·8, 3·7, 4·6, 5를 통해 하늘의 사상(四象)작용을 표상하고 있다. 그런데 〈대종경〉과 〈원불교교사〉에서는 중앙의 상하(上下)와 팔방(八方)으로 나누어 십방(十方)을 밝히고 있다. 9수까지 표상한 문왕팔괘도와 10수까지 드러낸 〈대종경〉의 가르침은 철학적으로 다른 입장이다. 역학(易學)에서 10수까지 드러난 팔괘도는 〈정역〉에서 그린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이다. 

정역팔괘도와 불법연구회 팔괘기에 대한 이야기는 2회 더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문왕팔괘도를 '문왕후천팔괘도'라고 부르지만, 〈정역〉에서는 '후천(後天)'을 빼고 그대로 '문왕팔괘도'라 한다.

/원광대학교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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