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지난해 이맘때였다. 뜻밖에 전화 한 통을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원불교신문〉에 교리여행 원고를 자그마치 1년 동안 연재해보겠냐는 제안이었다.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못하겠다고 말했고, 신문사 담당 교무는 제안에서 요청으로 끝내 부탁으로 이어졌다. 

어릴 적 교내 글짓기대회에서 곧잘 상을 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 본 것 같다.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드라마를 좋아했던 나는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다음 회를 상상하며 스토리를 내가 만들어보기도 하고 작가의 생각을 맞추기도 하며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1년 간 매주 1편씩 책임감을 가지고 연재를 해나간다는 것은 심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는 순간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현장에 적응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어쩌면 너무 과분하기도 하고 두 번은 오지 않을 큰 기회임은 분명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놓치면 안 될 좋은 기회가 다 올 것이다. 하지만 기회를  잡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순간 평범한 나에게 온 이 특별한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교리여행의 마지막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나니 그만두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왔다. 마감날짜가 되면 머리를 쥐어짜며 일주일동안 뭘 하고 살았는지 자책하기도 하고 법문을 뒤적이며 한숨을 내리 쉬기도 했다. "왜 그때 거절하지 못했을까? 할 일도 많은데 내가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신문사 교무님을 붙잡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며 포기라는 단어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때부터는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를 살면서 내 마음에 변화를 느낄 때면 "그래, 바로 이거다!" 하고 그 순간을 글로 옮기면서 공부가 되기도 하고, 사회 이슈들을 보면서도 "성자들은 어떠한 가르침을 내주셨을까" 하고 찾아보기도 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교도님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하루하루를 까닭 있이 살아가게 되고 성자들의 법문을 새롭게 접할 때마다 뿌듯함과 행복감이 더해졌다. 일상에 젖어서 공부심을 잃고 무료한 하루를 그냥 흘러 보낼 수 있었을 나에게 일 년 동안의 교리여행은 삶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 차곡차곡 모아 놓은 원고들을 보면서 내 인생에 있어 지난 일 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대중 가운데 처하여 비록 특별한 선과 특별한 기술은 없다 할지라도 오래 평범을 지키면서 꾸준한 공을 쌓는 사람은 특별한 인물이니, 그가 도리어 큰 성공을 보게 되리라."(<대종경> 요훈품 40장)

그동안 특별한 기회 하나가 내게 와서 평범한 나를 많이 빛내줬다. 그때의 나를 잊지 않고 그때 그 마음을 잘 간직해서 진리를 알아 가는데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게 꾸준한 공을 들여 살아가야겠다. 지난 일 년 간 도란도란 교리여행을 함께 떠나준 독자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광주교당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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