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김소월의 이 시처럼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가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이 시가 종종 노래 가사로 채택되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진달래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담은 꽃이기도 한가 봅니다.

잎보다 먼저 붉게 피었다가 꽃송이 채로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고도 처절하게 느껴졌을까요?

진달래는 지난해 봄 다루었던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와 함께 봄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꽃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쯤이면 남쪽에서부터 이 꽃의 개화소식이 전해질 것입니다. 여수의 영취산에서는 이때부터 진달래축제가 열리기 시작하지요. 서울 근처에도 이 달 말이면 진달래가 핀다고 하니 기다려지네요.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산마다 '진달래 능선'이 많을까 한번 생각해 보셨는지요. 물론 능선이라 하면 등산객들이 다니는 길을 가리키니까 진달래가 등산로를 따라 많이 모여서 자란다는 의미입니다.

진달래는 키 작은 관목이라서 키 큰 나무들인 소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물오리나무 등이 우거져 있는 곳에서는 잘 자랄 수 없지요. 그래서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능선'이 진달래에겐 더 좋은 서식지가 되는 셈입니다. 사람들이 산을 좋아해 등산을 다니면서 진달래가 좋아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달래보다 조금 늦게 옅은 분홍색 꽃을 잎과 함께 피우는 철쭉도 진달래와 같이 등산로의 양지바른 곳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이 두 나무 꽃들이 산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철쭉도 진달래과에 속하니까 사촌인 셈이므로 키 작은 것을 비롯하여 모습도 비슷합니다.

진달래와 철쭉은 꽃이 피었을 때는 구별하기가 쉬운데 꽃이 지고 잎만 남아 있을 때 이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분들은 나무를 상당히 아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뾰진동철'이란 말을 고안해 냈는데, 진달래는 잎 끝이 뾰족해지는 데 비해 철쭉은 둥근 모습이란 점에 착안했습니다.

2016년 4월초 세종시 괴화산에서 만난 진달래.

주변 어느 산이나 등산을 하면서 진달래와 철쭉은 거의 빠지지 않고 만나는 나무들이므로 저와 함께 등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산에서는 잘 통하는 저의 구별법은 우리 사는 곳 근처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공원이나 아파트단지 정원에서 종종 만나는 약간 보라색 꽃을 피우는 산철쭉이란 녀석은 이름과는 달리 작은 잎 끝이 뾰족한 경향을 보이니까요. 저는 그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철쭉이란 이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산, 즉 야생에서는 만날 수 없고, 사람이 개량해서 주변에 심은 이 나무에 하필 왜 '산'이라는 접두어를 붙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요. 

산철쭉과 함께 많이 심어져서 대학 캠퍼스들을 아름다운 주홍색으로 물들이는 영산홍이라는 잎이 더 작은 나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공원이나 정원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심어지는 인기 높은 나무이기도 합니다.

영산홍의 그 주홍색을 보라색(혹은 자색)으로 변화시킨 나무를 묘하게도 '자산홍'이라고 부르는 데도 저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영산'홍'의 사촌 보라색이라는 의미에서 영산'자'가 더 맞지 않나 싶어서요. 이들 봄의 정원을 장식해 주는 철쭉류들 모두 진달래과에 속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요즘은 이들 진달래과 나무들의 서양사촌을 개량해서 집안에서 키울 수 있도록 한 나무들이 '아젤리아'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진달래, 철쭉 등을 영어로 번역하면 이 이름이 되니까 제게는 '서양철쭉'이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화정교당

[2018년 3월 2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