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이 물러나더니, 이 땅에 어느덧 봄이 완연하다. 매화가 피는가 하더니, 순식간에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이 앞다투어 피어나 꽃동산을 이루었다. 남쪽만이 아니라 평양을 가로지르는 대동강 물도 녹고 봄꽃이 차례로 피어나고 있으리니, 한반도 전체가 봄기운으로 충만한 희망의 절기임이 분명하다. 

지금 한반도는 대자연의 봄만이 아니라, 평화의 봄 기운이 싹트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달 27일로 결정되었고, 5월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지난달 26일 중국을 전격 방문,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둘러싼 대화와 타협, 조건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불보듯 뻔하다. 남북간, 북미간 대화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혹은 드러나게 혹은 숨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것이다. 

이 모든 문제에 돌파구의 열쇠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와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 트럼프 정부의 반응도 북한이 어떠한 입장을 분명히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한 당국간에 오가는 대화와 소통의 정신을 변질하지 않고 올곧게 이어 나간다면, 북미간에도 대결 구도를 벗어나 상생과 평화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외세에 의해 분단이 된지 70년이 지났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 통일의 봄기운이 무르익어 상생 평화의 길로 나아갈 역사적 소명이 당위성을 갖기에 충분한 세월이 지났다. 남북한 정치 세력이 맞선 가운데 소수의 지배층만이 누리는 특권은 이제 그만 놓아야 한다.

과학과 지식의 발달, 교통 통신과 언론 기능의 발달, 민주화로 인한 민중의 개명 등으로 인해 세상은 더 이상 소수 가진자와 특권층의 독무대가 아니다. 백성이 국민이 대중이 세상의 중심이요 주인인 후천 개벽의 대문명시대요 열린 사회요 광명의 세상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관람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봄이 온다'는 주제의 남측 공연을 본 김정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가을에 '가을이 왔다'는 주제로 북측예술단이 서울 공연을 가질 것을 전격 제의했다.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이런 일련의 소통과 만남이 예술공연을 뛰어넘어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남북이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고 협력하고 합력한다면, 한반도의 평화 통일과 상생상화의 길이 활짝 열릴 수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대화와 타협, 상생과 평화, 통일의 길은 새 회상 원불교의 사상이요 교리의 핵심이다. 신앙의 대상이요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가 상징하는 큰 길이요 하나의 길이다.

이에 원불교 교단도 남북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모든 종교의 전범이 될 수 있도록 대중의 정신을 일깨우고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작은 손길이라도 따뜻하게 내밀 수 있게 힘과 정성을 모았으면 좋겠다. 

[2018년 4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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