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아, 선물교환을 하기로 했지?" 출가교화단회에 가기 전, 문득 떠올랐다. 각자 1만원 이내의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었다.

1만원이 넘으면 어떠랴, 내가 가진 것들 중 좋은 물건을 골라 포장하리라 생각한다. 새 상품이 가득히 담겨진 상자를 한참 뒤적이다가 적절한 물건을 발견했다. 참 적절하다. 이것을 새것으로 가지고 있다가 발견한 내가 문득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디용품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나온 '바디스크럽'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누가 가져가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만약 바디스크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이 물건을 고른다면…. 난 바디스크럽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그 사용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임상경험이 있다. 게다가 이 바디스크럽은 얼마 전 동생에게 받은 선물로 좋은 물건이다.

내 동생은 국제선 스튜어디스라는 직업 특성상 해외를 자주 다니며 좋은 물건들을 곧잘 사오곤 했다. 당연히 좋은 것일 거란 생각이 들자, 이 선물을 나눠가질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러다 문득, "이걸 구입하려면 얼마정도 줘야 할까?"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뒤적여보다가 "엇!"하고 내 눈이 커졌다. 5만원이었다. "단지 바디스크럽인데…." 심지어 한국에는 들어오지도 않아 구하려면 해외구매를 해야만 하는 물건이다.

순간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이니 내가 그냥 쓸까? 동생이 선물 준 성의도 있는데 공동선물로 내 놓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5만원이라는 거액의 물건을 가져가면 다른 단원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 이 물건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쓰고 있던 바디스크럽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건 내가 쓰고 다른 선물을 찾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물을 포장해서 단회 가는 길, 문득 나의 마음작용이 참 부끄럽다. 좋은 물건을 나눠가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내가 그 선물의 가격을 아는 순간, 동생이 '선물 줬던 성의'를 핑계로 내가 쓰겠다는 마음을 낸다. "비싼 물건이니 내가 써야지,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니 내가 써야지"하는 마음은 가격을 알기 전에는 쓰지 않고 방치해뒀던 나의 행동과 너무 대치되는 것이 아닌가. 단적으로 말하면 '좋은 물건이니 나눠쓰려던 마음'에서 '비싼 물건이니 내가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변질됐다. 

가격을 알기 전과 가격을 알게 된 후 손바닥 뒤집듯 바뀐 마음을 보며 아무리 다른 핑계를 대봐도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는다.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말씀하고, 그 물질을 사용하는 용심법을 강조했다. 또한 교의품 30장에 "주인 된 정신이 도리어 물질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실로 크게 근심될 현상이라"고 걱정했다.

나는 성직자이고, 소태산 대종사의 전법사도이므로 '물질의 노예'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인 것 같았다. '가치는 가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내 마음을 돌아보니 가격으로 가치를 결정하고 있었다. 물질의 가격이 끼어들자 온전한 판단을 하지 못하니, 이것이 물질의 노예가 아니고 무엇일까.

작은 일이었지만, 이 작은 알아차림을 계기로 스스로 크게 경계를 대하는 공부로 삼겠다고 다짐한다.

/중앙중도훈련원

[2018년 4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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