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상업고를 졸업하고 은행원이 되었다. 남편을 만나 원불교를 알게 되었고, 자식농사(인성교육)를 잘 하기 위해서 은행을 그만두고,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우며 지냈다. 교당에 봉사생활 하며 살다가, 마흔이 넘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 일을 8년 했다. 회계 법인에 취직이 되어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게 되어 힘들게 적응하며 직장생활 잘 하고 있었다.

남편이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2013)하면서, 내생에나 하려고 하였던 원불교학과에 입학했는데, 인터넷 강의만 들으면 되는데, 벅차고 힘이 들었다. 1년은 재미있고 즐겁게 가볍게 공부하였다. 학점도 그런대로 잘 나왔다.

직장의 결산업무(4월~6월)로 상반기에 학업을 병진하고 시험치고 과제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 휴학을 하고보니, 다시 시작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지금 이대로 잘 살고 있는데, 굳이 졸업해야 하나?’ 하면서.

남편의 재 권유로 다시 마음을 챙겨 시작하였는데,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학과도 들으니,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와 상관이 있는 일들이 됐다. 모든 것들이 사회문제로 연결되어지면서 복지정책과 행정의 일들이 관심이 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가 유럽의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잘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연장되는 가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맞이하려면 마음공부를 떠날 수 없고, 매일매일 순간순간 해야 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원광디지털대의 교양과목으로 ‘재미있는 철학이야기’를 수강하면서, 유서 쓰기를 통해서 나의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정리해 보는 의미 있는 과제였다. 자녀들에게 교당에서 49재 지내달라는 한 마디밖에 당부할 말이 없었다. 잊지 못할 추억 쓰기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내가 애지중지 키웠고 남다르게 키웠다는 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니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고,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함에 감사함뿐이었다.

교양필수과목으로 권도갑 교무님의 ‘마음공부방법론’을 들으며, 나를 괴롭힌 사람은 다른 사람과 환경이 아니라 나의 고정된 생각임을 깨닫게 되었고,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 무료 강의에 친구와 함께 들으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직장인, 종교인, 주부, 학생의 4가지 신분으로 살아가려니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새벽1시에 잠들었고,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졸업을 할 수 있었다. 졸업식 날을 미리 체크하지 못해서, 사회복지실습 간 곳에 자원봉사 약속을 해놔서 졸업식에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시작을 했으면 마침이 있어야 됨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래도 시간은 가고, 저래도 시간은 흘러간다. 내가 어떻게 사용하고 보내느냐에 따라서 나의 삶의 충족도가 달라질 뿐이었다.

사회복지현장실습을 가보니, 사회복지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음도 알게 되어 제3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이왕 하는 거 1년에 한번뿐이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도전하였다. 3개월을 매일 새벽2시, 3시에 잠들며 공부한 결과 1급 시험에 합격하였다.

그 동안 미루었던 교당과 교단의 봉사활동과 마음 공부방을 조그맣게 운영하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 함께 하고픈 사람으로 살고 싶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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