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교단은 초성위(初聖位) 1136명을 배출했다. 향후 법위사정은 더 많은 초성위가 배출될 것이라는 소식에 현장의 제도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법위사정의 내막을 잘 아는 재가출가 교도들을 중심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본사는 '법위사정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1주 - 법위사정의 현주소 ▶2주 - 법위사정개선위원회 발족 이후  ▶3주 - 법강항마위가 많아진 이유  ▶4주 -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법위사정
원기100년 정식 법강항마위에 승급한 교도들이 1·2차로 나뉘어 중앙중도훈련원에서 법의 훈련을 받았다. 

'법위는 종교의 생명적 가치' 통치·교화방편과 결별해야


법위사정 특위는 왜 발족됐나
원기91년은 교단 제도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법위사정제도 개선과 전무출신 인사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뜨거웠다. 수위단원·종법사 선거를 앞두고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은 '교단 개혁'을 바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수위단회에서 법위사정확정 결과, 정식 출가위 33명과 정식 법강항마위 668명(재가 526, 출가 142)이 승급해 2대말 '법위사정 시행계획' 이후 브레이크 없는 법위사정 대량 양산이 또 다시 활기를 띠었다.  

원기91년 교단 개혁의 바람이 들끓었던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본사 사장 송인걸 교무는 법위사정 전반에 관한 교단적 검토를 요구하며 '법위사정 제도 개선특별위원회'(이하 법위사정 특위) 발족을 촉구했다. 이 의안은 여론에 힘입어 채택됐고, 이듬해 4월 교정원 교화훈련부 주관으로 법위사정 특위가 발족돼 4개월간 전체모임 5회, 소모임 2회, 전무출신 대상 설문조사 1회를 실시했다. 법위사정 특위는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교단 언론이나 교역자광장 자유게시판을 통해 제기된 문제를 총망라해 설문조사와 연구발표, 자체협의를 통해 법위사정제도의 10가지 개선안을 도출시켰다. 원기92년 9월19일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법위사정 특위 성도종 위원장이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교단의 관심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으로 흘렀고, 기념성업이 행사나 건설장엄쪽으로 치중되면서 법위사정 개선 등 제도혁신분야는 유명무실해졌다. 경산종법사 2기에 들어선 원기97년 '백년의 약속'을 통해 교헌개정특별위가 발족되면서 교단의 혁신과제가 다시 논의되는 듯 싶었으나 이 또한 좌초되면서 올해까지 정식 법강항마위 7천6백여 명, 출가위 151명, 대각여래위 6명으로 대중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교단은 교도법위사정 규정 제2조 정신에서 '법위는 교단의 생명이니 진리를 표준하고 당인의 실력을 잘 파악하여 일호의 사가 없이 공정하게 사정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개교 100년을 넘어선 교단이 수많은 제도 중에 법위사정 제도개선을 우선시해야 함은 법위는 종교의 생명적 가치이며 공부인의 수행 척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법위등급에 '공부인의 수행 정도를 따라 여섯 가지 등급'을 나눠 자신의 수행 표준을 삼게 했을 뿐, 이를 통치나 교화의 방편으로 남용하라고 하지 않았다. 

교단 3대말(원기108년)이 목전에 다가왔다. 지금부터라도 법위사정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반백년기념성업의 중추적 사업으로 추진했던 법위향상운동이 지난 50여 년간 어떤 문제점을 안고 달려왔는지 법위사정 특위에서 제안한 10가지 개선안으로 톺아보자. 

법위사정제도 10가지 개선안
10가지 개선안은 원기92년 출가교화단 총단회 시, 법위사정 특위(이하 특위)가 발표한 최종보고서에 바탕하되, 현행 제도와 비교하기 위해 교화훈련부의 자문을 구했다. 

■법위사정자 기본취지 교육 개선_ 법위사정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객관적 지표라도 '형평성'에 어긋나기 마련이다. 특위에서는 이 문제를 '본래 취지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고,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시행하다 보니 착실히 법회출석하고 적당히 사업만 하면 나이 들어 어렵지 않게 정항에 오르게 된다. 신성하고 엄정해야 할 법위가 직위나 계급 같이 변질되고 원근친소와 수위단원 중심의 법위사정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열쇠를 쥐고 있는 법위사정자 교육을 통해 교당·교구 간 편차를 줄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특위가 제시한 개선안 중에 가장 핵심이었지만 교육에 대한 뚜렷한 방향제시는 하지 못했다. 교화훈련부측은 "재가출가의 법위사정 세부기준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교도법위기초조사서 점수가 매겨진다. 중앙법위사정위에 올라온 대상자(항마위 이상) 중에 상당수가 만점(120)이고, 간혹 80~90점이 있어 공부실력은 유명무실해지고, 서류상 법랍·훈련이수·법회출석 등의 결격사항이 승급의 척도가 된 현실이다"고 법위사정자의 느슨한 자세에 대해 짚었다. 

■법위사정 대상자에 관한 건_15세 이상은 너무 어리다는 여론에 대해 특위는 기존대로 두되 홍보에 더 적극성을 띠자고 제안했다. 

■법위사정 시기의 건_매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법위사정에 행정상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과도한 승급자 양산을 초래한다는 여론에 대해, 특위는 주기가 늘어나면 법위향상 속도가 느려지고, 교화성장에 영향을 준다며 기존과 동일하게 하되 행정을 간소화시킬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교화훈련부는 "현행상 고령화 추세로 보면 법위 대량 양산을 멈출 수가 없다. 재가든 출가든 세부기준을 엄격화해 승급 기간을 늦춰야 한다"고 대안을 폈다.

■재가교도·출가교도 법위사정 세부기준 조정의 건_법위사정 세부기준이 <정전> 원문조항보다 보조지표에 무게를 더하는 기형적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다. 특위는 측정도구 등 세부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 과제라며, 법위를 향상시킬 교화의 계기로 삼고 연령제한만 폐지하자고 결론지었다. 현재 재가의 경우 연령제한은 폐지하되 법랍을 기준지표로 삼고 있으며, 출가는 정항 대상이 '2급 전무출신'에서 '근무연수 15년 이상'으로 개정됐다. 교화훈련부로서는 세부기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현재 셀프테스팅체크(Self-Testing-Check)를 만들어 전국 각 훈련원에 전달해 법위별로 활용케 했다"며 대산종사가 법위향상운동을 확산시키며 전국에 훈련원 설립을 추진한 뜻을 감안한다면 교당과 훈련원 간의 역할 찾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식 법강항마위와 출가위에 대한 사후사정 건_특위는 법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 한다며 생전, 사후 사정을 모두 인정했다. 원기73년 2대말 정기법위사정을 마치고 김이현 당시 수위단원 겸 교화부장은 "'사후사정은 사법이 되므로 생전에 현실화시키는 것이 대종사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는 대산종사의 법문은 사후사정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필요 없는 확고한 방향 천명이다"고 대중 앞에 뜻을 밝힌바 있다. 

■출가위 법위사정에 관한 건_출가위 이상 대상자 추천을 종법사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특위는 주법의 고유권한으로 인정하되, 종법사는 법위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위 이후 4번의 정기법위사정을 시행했지만 실행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피선자격 중 법위 문제_수위단원과 종법사 등 교단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준이 법위 중심이라는 문제제기다. 현재 대중은 법강항마위, 출가위 승급자가 대량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가 지도자 선출 기준이 법위에 있다며 개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당법위사정위원회 구성_법위사정의 근본정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최초 법위사정자인 교당 교무의 교육이 선행돼야 하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한 교당법위사정위원회 구성도 절실하다. 이는 하급 법위자(교무)가 상급  법위자(교도)를 사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와 교도기초조사서에 대한 교무 1인의 독단처리 방지, 교무의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한계 등이 그 이유다. 실제 몇몇 교당에서는 교당법위사정위원회를 구성해 실행하는 곳도 있다. 

■법위단계별 훈련 인증의 건_훈련이수가 법위사정의 최종 결정키로 작용하면서 교화의 역효과를 낸다는 여론에 대해, 특위는 훈련의 다양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개선안을 냈다. 

법위사정 특위 물거품, 그 후
대중의 열의로 출발했던 법위사정 제도 개선은 최종보고서만 남기고 물거품이 됐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법위사정이 본래 취지대로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56.6%의 응답자가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뜨겁게 일어났던 법위사정 제도 개선의 목소리는 뒤로하고 1만 명의 항마위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후진들에게 부끄럽지 아니한가. 법위향상운동이 본래 목적했던 바, 교화현장의 공부(훈련) 풍토 조성과 교화성장를 꾀하지 못했다면 법위사정은 타성에 젖은 법장사로 타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 곧 교단 3대3회말이 된다. 두 번의 법위사정이 남았다. 천여래 만보살 회상을 위한 브레이크 없는 전차를 이대로 둔다면 소태산의 경륜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원기92년 설문결과에 따르면 '법위사정이 본래 취지대로 행하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56.6%의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2018년 4월 13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