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한 제자가 교칙을 크게 어겨 대중이 그를 추방하기로 공사를 하자  대종사는 "너희가 차마 어찌 이러한 공사를 하느냐. 그는 나의 뜻이 아니로다"라고 말한다.

'차마', '어찌' 이 두 단어를 통해, 엇나간 제자에 대한 안타까움, 당신 마음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추방을 결정한 대중들에 대한 속상하고 답답한 심경이 전해지는 듯하다. 깨치신 분의 심량은 단지 몇 만 명 제자, 몇 만 평 시설 도량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품 안의 자식이요, 온 세상 시설이 다 오가(吾家)의 소유이다. 이러한 성자에게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은 애초에 의미가 없고, 오로지 선도로 얼마만큼 제도했는지만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깨치지 못한 범부로서, 언제나 문제는 이론과 실전의 간극으로 다가온다. 미국 어느 교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행색과 기운이 심상치 않은 한 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술과 담배, 그리고 짐작컨대 마약류에도 찌들어있는 행색과 탁한 기운에 교당 사람들이 가까이 오기를 꺼려했다. 나름 발심을 했는지 열심히 나오긴 하는데, 교당에 올 때마다 진동하는 담배냄새, 무례한 태도에 교당의 보좌교무는 심기가 심히 불편했다.

주임교무는 그래도 우리가 끝까지 너그럽게 감싸 안아야 한다며 보좌교무를 달랬다. 어느 날 교당 건물 바로 코앞에 차를 딱 대고 법회 직전에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보좌교무가 그녀에게 다가가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하니, 교당에 오기 한 시간 전에 피시던가, 집에 가서 피시던가 유념해 달라"고 딱 부러지게 지적했다. 또, 아침 좌선 끝나고 몸풀기를 한다며 법당에 남아 있더니 한 시간 넘게 누워서 자고 있는 '꼴'을 며칠째 보다 못한 보좌교무가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므로 휴식이 필요하면 집에 가서 쉬시라"고 했더니 그녀는 성질을 내며 가버렸고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실시품 5,6장의 현실판은 이렇게 얼마든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잘못을 지적한 보좌교무의 취사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녀에게 시비를 가르쳐 남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지도한 것이니 이 또한 적절한 취사였다고 본다. 영어에 '터프 러브(tough love)'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모진 사랑'이라는 뜻이다.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no'라고 표현하고, 선을 그어주는 것이 결국은 상대를 진정으로 위한 것일 때, '터프 러브' 라고 한다. 부모가 아이를 바르게 키울 때 꼭 필요한 자세이다. 

그러나 그 보좌교무로부터 듣자 하니, 법당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그 '꼴'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고 미운 마음이 오래 가더란다. 이쯤 되면 터프 러브라기 보다, 그냥 터프(tough) 하게 굴었던 것 같다. 

성인과 범부의 차이는, 상대의 비행을 대할 때, 끝까지 그를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미워하는 마음없이, 흔적 없이 지도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있는 듯하다. 할 수 없이 터프 러브를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교당의 교무라면 과연 그녀를 어떻게 제도하겠는가?

/미주총부법인

[2018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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