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누군가 있다고 느끼는 것, 소중한 힘
세월호 참사,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해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4월이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그 무엇 하나 없는 채 모두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씩 지고 지내게 된 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다가도 문득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시큰거리고 먹먹하다. 노란 리본을 항상 가슴에, 가방에 그리고 휴대전화에 붙이고 다니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4년이란 시간들을 지나왔다. 

그 시간동안 적극적으로 잊지 않기 위해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그러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최근에도 '그날 바다'라는 영화가 개봉되었고 유명 영화배우가 재능기부로 내레이션을 해주고 자신의 SNS에 홍보를 해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예매율이 올라가기도 하였다. 

슬픔의 한가운데 있는 분들도 합창단을 만들어 함께 노래를 하고 아이들의 옷을 입고 연극을 하며 사람들 앞에 섰고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함께하고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서로가 느끼는 것이 소중하고 힘이 되는 시간들이다.

누군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더니 '기억해 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인터넷을 보면 샌드아트로 포토샵으로 조각으로 사진으로 목각으로 판화로 자신의 분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모한 여러 영상을 볼 수 있다.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 한 그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로 유명한 오멸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파미르'라는 작품을 보았는데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영화는 2명의 고등학생이 나온다. 둘은 함께 하나의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간다. 학교로 가는 길 어디쯤 자전거를 세워놓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다. 그 사이 참사가 있었고 두 친구 중 자전거 주인은 돌아오지 못한다. 남은 친구는 돌아오지 못한 친구가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 '파미르'로 그 낡은 자전거를 가지고 떠난다. 담담한 이야기 속에 스며든 그날의 아픔이 서서히 마음에 파고드는 영화이다. 

오멸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라고 말하며 또 다른 영화 '김관홍', '눈꺼풀'을 제작하였다.

음악을 가르치는 나는 해마다 이때가 되면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감상하고 함께 불러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4년 전 참사 직후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른 이 노래는 이제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불러왔다. 가사의 내용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 노래를 부른 많은 영상들 중에 특히 가슴에 남는 영상은 한 고등학교 합창단이 부르는 영상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가사의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심어 정성껏 부르는 모습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영상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뻐근해 온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말고 기억하길 바란다. 잊지 않고 진상이 명확히 밝혀질 때 까지 모두가 지켜봐주길 바란다. 

/강북교당

[2018년 4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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