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원불교의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은 우리 모두의 공동생일이다. 몸은 태어난 날이 다 다르지만 우리 정신의 생일은 한 날, 대종사의 대각일로 삼자는 것이다. 대종사 탄신일이 아니라 대각일을 원불교 열린 날로 삼음과 아울러 우리 모두가 새로 태어난 날로 삼은 건 무척 큰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성자의 '육신이 탄생한 날'도 무척이나 거룩한 일이긴 하지만 정신의 위대한 확장을 이룬 대각의 날을 '정신이 탄생한 날'로 우뚝 세운 건, 전에 없이 희유한 일이며, 인류 정신의 흐름에 새로운 물꼬를 튼 것이다.

대각개교절을 비롯해 원불교 4대 경축일은 모두 새로운 정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은 묵은 세상의 끝이요, 새 세상의 처음'(전망품 19장)이며, 지금 세상의 정도가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바야흐로 동방에 밝은 해가 솟으려 하는 때'(전망품 21장)이기 때문이다.

신정절은 지난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는 첫 날이다. '첫 아침 붉은 햇빛 찬란하게 솟으니, 새 광명 새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 만 생령 머리 들어 이 새 해를 맞이하세.' 〈성가〉 34장은 신정절을 이렇게 노래한다. 신정절이 원불교의 경축일이 된 이유는 뭘까? 그건 새로움이다. 새 광명 새 기운이다. 지난해의 모든 삶의 경계들과 묵은 생각들, 주착과 분별을 놓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이다. 

법인절 또한 완전한 새로움을 상징한다. 죽음 끝의 부활이므로. 부활은 곧 새 생명을 부여받은 것이므로. '그대들의 전날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 이름인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公名)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중생을 제도하라.'(〈대종경〉서품 14장)

석존성탄절을 기리는 뜻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존숭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부처님의 성도하심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도는 새 세상, 새 하늘을 열어젖힌 인류사 일대 사건이다. 악명 높은 차별 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만연한 인도에서 모두에게 불성이 있다는 깨달음의 일성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은혜인가. 새로움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지나간 삶의 질곡과 실패와 고통이며 원망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에 감사한 일이 된다. 새로움이 있어 우리는 다시 시작하고 다시 나아가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우리가 새 마음을 가지고 공부와 사업에 힘쓰고 보면 우리 일생이 새롭고 우리 회상도 새롭고 우리 세계가 새로울 것인 바, 새로운 마음의 근원은 철저한 큰 신심을 근본하여 큰 공심을 가지고 대자비를 활용하는데 있나니라."(〈정산종사법어〉 권도편 29장)

매해 대각개교절은 큰 신심과 큰 공심에 바탕을 둔 '새 마음'을 가질 때 진실한 의미가 새겨질 터이다. 그러므로 새 시대 새 종교를 자처하는 원불교는 새롭게 거듭나는 즐거움이 넘쳐야 한다. 대종사 대각이 우리 일생, 우리 회상, 우리 세계를 새롭게 하는 '거듭 남의 경절', 낡은 관행을 보내고 혁신하는 '새 마음의 경절'이 되어야 한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4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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