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사정, 교당과 교단의 통치·교화 수단 방편 남발
명실상부하게 평가돼 법위 존중되고 존엄성 유지해야
법위는 교단의 생명…본질과 원칙 무너지지 않아야

[원불교신문=윤광준 교도] 오늘날 사회·국가·세계사적 핵심 트렌드는 변화와 혁신이다. 변화와 혁신 없이 과거와 현실에 안주하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세상은 4차산업 혁명이 물결치고 있어 우리의 삶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 가고 있다. 그것도 부족하여 5차산업 혁명이 가시적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다. 70여 년간 전쟁과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남북관계가 최근에 급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여러 변화의 일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긍정적 기대를 크게 갖게 하는 오늘날이 됐다.

우리 교단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예외일 수가 없다. 변화와 혁신이 가장 요청되는 곳이 교단인데 우리는 과거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교단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는 몸부림은 틈틈이 했었지만 교단 지도층의 용기와 의지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법위사정도 그 가운데 하나다. 법위등급은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실천에 대한 경륜이요 자비다. 종교적 인격형성의 최상위 목표인 대각여래위를 지향하는 법의 사다리이다. 이 법과 인격의 가치를 여섯 가지 법위등급에 맞게 일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타인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법위사정이다. 

이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학교 학생들에게 학력을 평가하는 것도 매우 어려워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평가방법이 수시로 달라지고 있어 혼선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법력과 종교적 인격을 완벽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법위사정은 돌이킬 수 없는 교단의 제도요 문화로 정착됐다. 문제는 이에 따른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길만이 남아있다. 

법위사정은 공부인의 신심·공심·공부심의 촉진역할로 법위향상을 유발시켜온 순기능이 있다. 그러므로 법위향상운동으로 교화현장의 공부풍토 조성과 교화성장에 기여하도록 앞으로도 유도해야한다. 그러나 법위사정이 교당과 교단의 통치와 교화의 수단 방편으로 남발되고 있으며, 교당 법회 인원의 3분의 1이 법강항마위라는 현실 등 이에 따른 많은 병폐와 부작용이 크게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단의 생명인 법위사정의 본질과 원칙이 무너지면 모두를 잃게 된다. 이것이 대중의 뜻이다. 정산종사도 "이름만 크고 실이 작으면 뒤에 가히 볼 것이 없고, 최후의 승리는 실력이 위니라" 말씀하며 이름만 크고 실속이 없음을 경계했다. 법위는 가능한 한 명실상부하게 평가되어 존중되고 존엄성을 유지함이 마땅하다. 

법위사정이 어떻게 개선 돼야할 것인가는 그동안 많은 논의와 방법이 모색돼 왔기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간추리면 답이 나온다고 본다. 다시 한 번 수위단회 산하에 법위사정개선특별위원회를 가동하여 중지를 모으고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를 시행할 교단 지도층의 역사의식과 결단, 시행만이 남아있다.

법위사정이 상대자들과의 비교와 예우의 수단에서 이루어지고 남발의 폐단이 인식되고 있는 부분은 과감히 시정돼야 한다. 문제가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진선진미하게 개선할 묘책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고민인 것 같다. 우리의 집단지성이 이들을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고 집단무지로 치부해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모든 것이 일시에 완전무결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몇 가지 진일보한 형태의 답이라도 얻고 가야지 진선진미하지 않다고 모두를 덮어버려 두는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는 언제나 완전무결하게 진행되지 않고 미완성의 상태로 전진하고 있지 아니한가. 법위사정이 우리의 지혜로 평가도구가 개발되어 보다 개선된 법위사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명실상부한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하는 교단의 사명이 더욱 빛날 것이다.

/압구정교당

[2018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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