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병관 교사] 올해는 세월호 참사 4주기 해이다. 나는 4년 전 지난 16일,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했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새 단장을 하느라 아직은 빈 공간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노란 리본을 만들고, 추모하는 편지쓰기 활동을 했다.

점심 시간을 활용해 실시하는 활동이라 참여자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4교시 수업 종료 차임벨 소리와 함께 우사인 볼트보다도 빠르게 급식소를 향해 뛰어가는 아이들은 고맙게도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아이들은 마음속 깊숙한 곳에 하얀 국화를 품은 채 차분하게 앉아 노란 리본을 만들고 편지쓰기를 시작했다. 

그날,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 대신 열심히 살겠다는 어느 학생의 편지를 읽는 순간, 번쩍!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불빛이 보였다. 나는 눈물 나게 기뻤다. 

어른들은 요즘 청소년들이 꿈도 없고, 어른을 몰라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한다고 걱정을 한다. 하지만 내가 본 청소년들은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이었다. 나는 14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어른들이 걱정하는 그런 염려들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은 꿈이 없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뭔가를 갈망하는 빛이 눈에 가득하다. 그것이 그들만의 꿈이고, 희망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기를 아끼는지, 사랑하는지 바로 알아채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능력을 어른들은 버릇없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참 모습을 몰라본 것은 아닐까. 

현대사회를 정보의 바다라고 말한다. 그 수많은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른들도 청소년만큼이나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고 있다. 어른들이 자칫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게임한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진실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희망이라는 것이다.  

밥 먹으러 학교에 온다는 학생들이, 생각없이 행동한다는 학생들이, 급식소가 아닌 도서관으로 뛰어들어온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을 거부하는 아이들의 몸부림이고, 미래의 희망이고,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한편으로 나는 원광고등학교 귀공자들이 아침마다 마음공부를 체크하며 조금씩 성장해 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4주기는 나에게 다시 한 번 그 감동과 학생들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한 눈물 나게 기쁜 날이었다.

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지식만을 전달하는 기계적인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질문하고 답변하며 대화하는 하브루타 교사로 살고자 한다.

그래서 눈물 나게 기쁜 날에,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 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기쁘게 노래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것이다. 

/원광고등학교

[2018년 4월 2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