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장애 얻었지만 고마운 일도 많아
그저 대종사 교법 믿고 가야겠다는 생각 뿐

[원불교신문=장영근 덕무] 고생을 많이 했던 영모묘원 생활에서도 고마운 일들이 있었다. 먼저 지금의 정토를 만난 일이다. 사실 정토는 전무출신을 서원하려고 당시 김영효 교무와 살았는데 몸이 워낙 약해서 간사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다. 교무님은 안되겠다 싶어서 나와 인연을 맺어줬다.

지금까지 나를 믿어주고 함께 법도반으로 살아준 정토를 만나게 된 것은 영모묘원에서 그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사은이 내려준 복이라 생각한다.

또 고마운 이들은 내일처럼 달려와준 마을 사람들이다. 영모묘원 언덕에 잔디는 위험해서 심지 못하고, 철쭉도 막 심기 시작할 때에 비가 오는 날이면 언덕이 쭉쭉 갈라지곤 했다. 그러면 다시 큰 공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비만오면 언덕에 포장치기 바빴다.

그런데 비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때가 많았기 때문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급하게 앞마을에 전화를 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달려와서 함께 포장을 덮어줬다. 내일처럼 먼길도 마다않고 달려와 주신 그 분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밤늦게 해야할 일이 있어 마을에 전화하면 동네 남자분들도 다 와서 작업해 주셨다. 이렇게 밤늦게까지 작업했어도 새벽일 해야한다고 부르면 또 일하러 왔다. 돈을 준다고 해도 시키기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 사람들은 그렇게 해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모묘원이 가꿔졌다.

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고 일만 하다보니 장애도 안게 됐다.

17년 전 쯤이다. 추석이었는데 당시 성묘하러 온 방문객들이 많아서인지 공중화장실 물탱크의 물공급이 부족했다. 상황이 급한 것 같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미끄러져버렸다. 사다리에 손목이 깔렸다. 몸도 챙기면서 물리치료도 받고 해야 하는데 일이 바쁘다고 기브스만 계속했다.

결국 병만 키워서 장애3급 판정을 받았다. 그때는 염증인지 뭔지도 모르고 3년 동안 지내다가 아무래도 안되겠기에 수술을 했다. 바로 수술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렇게 20여 년 살았던 영모묘원에서 상주선원으로 발령받고 살다가 다시 원기90년 삼동주유소로 발령받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시 강명진 교육부장이 주유소 운영이 잘 안되니까 맡아달라고 직접 부탁을 했다. 집이 익산이니까 지역 특성을 잘 알 것이라 했다. 가서 보니까 기름값은 옆집보다 비쌌다. 그래서 그 주유소처럼 가격을 내렸는데도 사람들이 안왔다. 이미 비싼집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내 기억에 그 때 한 대 정도 차가 주유하러 온 것이 전부였다. 안되겠다 싶어서 호남관광 사장에게 가서 도와달라고 했다. 예전에 익산에서 운수업을 할 때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맥을 동원해서 매출을 늘리다보니 영업실적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주유소는 영모묘원보다 근무시간이 훨씬 길었다. 새벽 5시30분에 걸어나와 출근해서 밤 11시까지 근무했다. 주유소라 쉬는 날도 없이 했다. 20여 년동안 휴일없이 일했는데 여기서도 그러고 있으니 내 사정이 참 딱했다.

처음에는 혼자하다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채용했는데, 아무래도 여기에 숙식하는 이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이원종, 강길마 부부(이대혁, 이영주 교무 부모)를 불렀다. 받는 인건비 이상으로 노력해준 이들이다. 그들이 내 살림처럼 도와주고, 매출도 오른 결과 삼동주유소를 1년만에 살리게 됐다. 한편으로는 삼동주유소를 그 전에 했던 이들이 어떻게 운영했는지 씁쓸하기도 했다.

지금은 동산수도원으로 옮겨 7년째 살고 있다. 여기에 왔으니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다. 마당의 전지작업, 청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박스정리, 고장난 물건 문의가 들어오면 바로바로 고쳐준다. 이곳도 어느새 100여 명의 어르신이 있으니 바쁘다.

눈치 안보이게 하는데까지 열심히 어른들 뒷바라지 잘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저 대종사의 법 믿고 가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인 이 곳 어르신들의 건강과 아들, 딸, 손자가 건강하게 잘 살아달라는 심고 모시는 재미로 산다.

/동산원로수도원

[2018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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