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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교도의 나무 이야기 16. 장미과
김도훈 교도의 나무 이야기 16. 장미과
  • 김도훈 교도
  • 승인 2018.04.25
  • 호수 1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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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누구나 주변의 자연에 저절로 눈길이 가는 계절입니다. 가까운 곳 어디에나 만발한 꽃들이 우리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꽃의 여왕이라 하면 어떤 꽃이 떠오르시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장미를 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장미가 피기 전인 이른 봄에는 매화꽃, 벚꽃이 여왕 자리를 다투지 않을까 싶네요.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예를 든 모든 꽃들이 한 집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지난해 이맘때 쓴 글에서 매화와 비슷한 살구, 자두, 복숭아 등이 모두 장미과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기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과일나무들, 즉 사과, 배, 앵두, 그리고 위에서 든 과일들은 모두 장미과 소속 나무들입니다. 여기에 지금 한창 예쁜 꽃을 자랑하는 명자나무, 조팝나무,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예쁜 꽃들을 피워낼 산사나무, 마가목, 팥배나무, 모과나무와 초여름 장미와 함께 꽃을 피울 해당화, 찔레까지 포함하면 장미과의 꽃들이 꽃의 대명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지요.

그래서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꽃이라고 하면 이들 장미과 꽃들의 모양이 무의식적으로 꽃의 이미지로 들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많은 꽃 모양 무늬들도 결국 이 장미과 꽃들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다른 나무나 풀들의 꽃들도 이들 장미과 꽃과 비슷한 모양을 해야만 꽃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몇 개의 꽃잎이 달리고 그 안쪽에 암술, 수술이 달린 그런 꽃들 말이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꽃에 대한 이런 인지 능력은 사람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벌, 나비와 같은 곤충들이 찾는 꽃들의 표준 모양도 결국 장미과 꽃들과 그와 비슷한 꽃들인 셈이니까요.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자나무 꽃.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자나무 꽃.

그렇지만 이런 꽃들을 피우지 않는 많은 나무들과 풀들도 사실은 나름대로의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나무들이나 풀들이 더 많다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물들 삶의 궁극적 목적의 하나인 자손을 퍼뜨리는 일에 성공하려면 씨앗을 맺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누구나 꽃을 피워야 하지요. 식물의 생식기관은 꽃이니까요. 소나무, 전나무 등 대부분의 침엽수들, 참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자작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과 벼로 대표되는 많은 풀들도 모두 꽃을 피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곤충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이들 나무들의 꽃들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꽃들과는 다르게 생겼으니까요. 기실 이런 식물들은 사람들과 곤충들이 자신들을 무시해도 걱정이 없습니다. 이들은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서 다른 개체의 암꽃에 닿게 하여 수정시키는 방법으로 자손을 퍼뜨리니까요.

이야기를 장미과로 되돌립시다. 장미과는 많은 식물 분류 중에서 명문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꽃들이 우선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고, 열매들도 맛있는데다가 이 집안 소속 상당수의 나무들이 전체적으로 우아한 수형을 가지니까요. 뿐만 아니라 연두색만으로 뒤덮여 있어서 자칫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요즈음 산의 경치에다가 하얗고 분홍색 색깔들을 점점이 입혀서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요.

나무의 명가 장미과의 식구들은 이렇게 우리들에게 많은 기쁨을 주지만, 그 인상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식물에 대한 생각을 깊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마치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은혜를 베푸는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더 큰 은혜를 베푸는 다른 사은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놓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가 아닐까요?

/화정교당

[2018년 4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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