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대종사는 대각을 이룬 후 원기2년부터 많은 가사와 한시를 지어서 〈법의대전(法義大全)〉을 편찬했다.

그 후 변산에서 교리의 강령인 사은·사요와 삼강령·팔조목을 발표하고는 "지난번에 쓴 그 한시를 모두 다 불살라 버리시오. 비록 한 때의 발심에 도움은 될지언정 많은 사람을 제도할 보편적 교과서는 아니오. 무지몽매한 대중을 깨우치기에는 너무나 어렵고, 또 평범한 대경대법이 아니니, 앞으로는 더욱 쉬운 한글로 경전을 편찬해야만 일반 대중이 널리 배울 수 있을 것이오"라 하여 〈법의대전〉을 불살랐으나, 서문과 가사가 전해져 〈대종사 가사집〉(교정원 교화부, 1979)으로 편찬됐다.

대종사가 〈법의대전〉을 불사르라고 한 이유는 '대각의 뜻을 집약한 가사'와 '어려운 한문으로 구성된 한시'는 많은 사람을 제도할 보편적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법의대전〉의 가사와 한시는 대종사가 당시의 지식인인 9인 제자들을 중심으로 교화하는 방편으로 사용한 것이다. 

처음 제자들에게 교화의 방편으로 사용한 〈법의대전〉에는 대종사 대각의 초기 인식이 담겨져 있다. 이에 '대종경, 주역으로 만나다'에서는 〈대종사 가사집〉의 가사들을 하나씩 하나씩 〈주역〉의 입장에서 이해해보고자 한다.

〈대종사 가사집〉 첫 번째 가사는 '탄식가(嘆息歌)'이다. '탄식가'는 대종사 대각을 이루지 못해 탄식한 것과 대각을 하였으나 말할 곳이 없어서 탄식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① "여봐라 남주야 말 들어라 나도 또한 중생으로" '말 들어라'는 것은 성인의 말씀을 들으라는 것이고, 성인은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하늘의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주역〉에서 말씀 언(言)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늘의 말씀이고 성인의 말씀이다. 언(言)은 머리 두와 이(二) 그리고 구(口)로 '하늘의 음양작용을 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종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는 바로 '대종사 말씀하시기를…'이다. 〈대종경〉은 진리를 깨우친 대종사의 말씀이고, 대종사의 말씀은 하늘의 말씀이라는 의미이다. 

〈주역〉에서는 "군자가 행동함에 3일을 먹지 못하여 갈 바가 있음에 주인이 말씀이 있다", "말씀이 있으나 믿지 않는다", "말씀을 듣고도 믿지 않는다"라고 하여, 언(言)이 하늘(성인)의 말씀임을 밝히고 있다.

〈정역〉에서는 "오호라 천지가 말씀이 없으면 일부가 어찌 말하겠는가 천지가 말씀이 있으시니 일부가 감히 말하노라. 천지는 일부의 말을 말씀하고 일부는 천지의 말씀을 말하노라"라고 하여, 일부 선생의 말이 천지의 말씀이라 했다.

'나도 또한 중생으로'는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생이 깨우치면 부처가 되고, 부처가 어두워지면 중생이 된다는 대종사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주역>에서는 백성과 군자로 이야기되고 있다. 백성은 아직 자신의 본성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이지만 하늘의 뜻을 드러내는 사람이고, 군자는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여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다.

/원광대학교

[2018년 4월 2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