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여성회 선배들의 18년 반찬봉사
시간 지날수록 감사 느껴…이제는 대전충남지역 전통으로

[원불교신문=반경숙 교도] 대전충남교구 여성회장이 되면서 중리복지관의 반찬봉사도 자동으로 이끌게 됐다.부끄럽게도 그동안 한번도 해본 적이 없던 봉사활동이었기에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고생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 활동이 어느덧 4년이 됐다. 아직도 주 메뉴는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반찬봉사에 없어서는 안될 주변정리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처음 맡게 된 여성회장직이라 만만치 않았지만, 여기에 더해 봉사활동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솔직히 처음에는 감사함보다 부담이 컸다.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동안 잘 살았는데 내가 왜 굳이 이 일을 해야 하나, 며칠 밤낮을 고민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차츰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이번 기회에 복이나 좀 지으려나 하는 착각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임기동안이라도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반찬봉사 현장에 가보니 나보다 10년, 20년은 더 나이가 많은 교도님들이 음식의 재료나 양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50여 가구가 일주일 이상 먹을 수 있는 반찬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이 일을 17년 동안 이어오고 어느새 18년차를 맞이하기까지 묵묵히 봉사하는 교도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작디 작은 내 그릇이 보였던 것이다. 내 눈에는 그들이야말로 부처이고, 나도 저런 모습으로 늙어야지 라는 다짐과 희망을 갖게 됐다.

그래서일까. 반찬 봉사활동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갔지만,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고 희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반찬 자원봉사의 문을 열어놓은 김우근 전 여성회장과 박명인 전 여성회장을 모시고 일을 배우면서 한없이 따뜻한 마음도 흠뻑 젖어들고 있다.

지금이야 반찬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중리복지관 시설이 많이 좋아졌지만, 17년 전 처음 반찬 자원봉사를 할 때에는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또 실제 반찬을 받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서 화학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고 천연양념만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여성회 선배들이 후진들에게 보여줬던 봉사활동은 무아봉공과 배려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이 생각났다. "사람의 성품은 원래 선악이 없는 것이나 습관에 따라 선악의 인품이 있어 지나니 습관은 곧 당인의 처음 한 생각이 좌우의 모든 인연에 응하고 또 응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한 일에는 습관 되기가 어렵고 악한 일에는 습관 되기가 쉽다."

그동안 나는 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왔으니 법신불 사은이 이번 기회에 남에게 주는 것에 익숙해져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봉사라는 것은 남에게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받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미 깊고 남을 돕는 활동일수록 원불교라는 이름으로, 여성회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해야되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반찬 자원봉사는 여성회 선배들의 알뜰한 봉공심으로 17년 동안 거르지 않고 일관해온 대전충남지역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됐다.

원불교를 신앙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목표가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저 아쉬움 없이 살아온 나였지만, 반찬 자원봉사를 통해 나름대로 목표도 생겼다. 봉사활동이란 단순히 타인만 위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의 선한 기질변화로 이끌고, 다양한 인연을 맺어가는 소중한 교화불공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으니 삶 속에서 체화시켜야겠다는 다짐이다. 

언젠가는 내 삶 속에 원불교 교법이 녹아나고, 원불교 교법으로 생활해서 신앙과 내 삶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삶!

이러한 삶과 생활이야말로 소태산 대종사가 밝혀준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이번 생에 내 생애 목표로 자리할 수 있게 된 것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대전충남교구 여성회장·대전교당

[2018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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