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는 상세한 문답감정을 통해 선훈련과 단전만들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체험과 의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의식을 확장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편안함에 깃든 마음의 숨결, 그게 선심이다" 


[원불교신문=안세명 기자] 탈종교 시대, 영적성장을 기대하는 명상훈련의 기대와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한울안선방은 '성리에 바탕한 삶'을 추구하는 재가출가 교도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 선지도자 양성은 원불교 선법으로 본질에 깨어있는 삶의 자유를 증득하고자 1년간의 여정으로 마련됐다. 단전 만들기, 자기호흡 찾기, 수식법, 미세호흡의 4단계로 진행되는 이번 초급 과정을 이수한 지도자들에게는 선방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집심공부, 단전 만들기로부터 시작
1단계인 '단전 만들기'는 집심(執心)공부로 누구나 쉽게 선에 입문할 수 있는 선수행의 '터 닦음' 과정이다. 기초가 넓고 튼실해야 수십 층의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집심단계에서 정밀히 모아진 마음의 힘이라야 선정에 들 수 있다. 설령 감각이 둔하고, 특별한 진척이 없더라도 정성껏 공들이다 보면 어느새 선력이 쌓이는 법이다. 또한 선은 궁극적으로 '마음의 자유'를 목적한다. 자유를 얻으려면 최소한 마음을 비울 수 있어야 하며, 단전에서 비우는 법을 배워 실제로 자신의 단전에 비워내는 것이 선법의 왕도임을 분명히 한다.

길도훈 교무는 "대산종사가 신도안에 머물 때 제자들의 단전을 직접 점검하면서 단전주선(丹田住禪)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제는 입정시간동안 오래 버티려는 데에서 벗어나 일상의 숨이 단전으로 쉬고 마음이 살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형식에 구애없이 자유로움 속에서 본질에 깨어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단전에 머물며 편안하고 쉬는 선을 익히지 못하면 선은 그저 애쓰는 노동의 시간이 되고 만다. 또한 수행자의 단전은 심단(心丹)이므로, 영성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마음을 주할 단전에 기운부터 모아야 한다. 원불교 좌선법은 온갖 생각과 감정을 비워 존재하다가 마음이 맑을 때 의두를 꺼내드는 방법으로 진리의 이치를 꿰뚫고자 한다. 이것은 소태산의 깨달음의 안목에서 나온 방법이며, 공부인 스스로 마음 경로를 따라서 순리자연하게 터득해가는 길이다.

누워서 단전 만들기
단전 만들기는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아이처럼 새근새근 아랫배로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한다. 곧 처음에는 아기 호흡처럼 복식 숨을 먼저 배우고, 이어 복식에서 아랫배로, 다시 아랫배에서 단전에 마음이 머물며 호흡한다.

단전은 배꼽 아래 자신의 손가락 세 마디의 끝이다. 단전 위치를 정확히 잡으려면 바르게 누워 한 손가락으로 배꼽을 짚은 후, 그 아래에 다른 손의 손가락 세 개(검지, 장지, 무명지)를 모은 가장 두툼한 곳을 옆으로 뉘어서 배꼽 아래에 대고, 배꼽을 짚었던 손가락을 떼어서 그 아래에 대면 그곳이 단전이다. 단전의 위치는 정밀한 측정기계로 정확하게 계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열심히 정진하면 스스로 기를 느끼게 될 뿐 아니라 위치도 점점 명확해진다.

단전에 기운을 담으려면 먼저 '단전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방법으로 단전에 물건을 얹고 호흡하는 것이다. 무거운 책을 얹고 호흡하면 책의 무게가 단전 위를 누르게 되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단전을 느끼기 쉬우며, 마음이 단전을 떠나지 않게 되어 도움이 된다. 단전주선법은 단전으로 숨을 들이쉴 때 마음이 단전에 있어서 기운을 전일하게 알아차려야 하고 숨을 내쉴 때도 항상 마음이 단전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단전주선의 핵심이다. 

단전이 따뜻해지려면 '미는 호흡'을 해야 한다. 미는 호흡은 의식을 호흡과 더불어 단전으로 밀듯이 하면 된다. 이때 의식과 호흡을 하나로 해 움직여가는 것이 좋다. 초심자들은 등 뒤에서 단전 배 표면을 향해 피스톤으로 민다는 느낌으로 해간다. 미는 호흡은 영성을 일깨우고 마음의 자유를 얻는데 결정적인 열쇠는 아니지만 기운을 묵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 기운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고 신중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전 만들기 단계에서는 단전의 기운을 정확하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나, 한 순간 되었다고 되는 것이 아니므로, 습관적으로 자리 잡도록 공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든지 선에 임할 때 단전이 정확한 가운데 따듯한 기운을 느낄 정도면 아주 잘된 것이다. 선의 기틀을 이루는데 1년 정도만 해도 되니 마음만 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공부인들이 단전의 위치를 정확히 계측하는 훈련을 통해 단전그릇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영혼의 휴식, 비움 트레이닝
단전 만들기와 병행하는 것은 '비움 트레이닝'이다. 선에 임하는 자세는 가장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을 다 내려놓는 비움의 연속이어야 한다. 원불교에서는 선에 임하는 마음이 너무 무거운 경향이 있다. 자세, 호흡, 마음가짐 등 형식과 전통성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다 보니 내용보다 당위성이 부각돼 있다. 선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풀어 가면 불필요한 요소와 힘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진정으로 해야 할 것에 전념할 수 있다.

길 교무는 "선이란 공적영지가 나타남(비움의 발현)이라는 정의가 내려져 있고, 좌선은 원적무별한 진경(비움)에 그쳐 있기 위함이라는 목적도 아울러 밝혀져 있다. 이것을 사회적 언어로 바라보면, 좌선은 비움에 들어 영혼의 휴식과 근본지혜와 마음의 힘을 일으키는 것이고, 무시선은 그 일에 평온함으로 깨어 살아가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곧 몰입과 선정은 무의식마저 비우고 영혼이 깊이 쉴 때 근본 지혜가 솟아나며, 어느 때에도 마음을 전일하게 드리울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움 트레이닝'은 표면적 비움에 대한 감각을 찾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이름 짓기 이전의 '평온한 마음'을 지니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관념 즉 이름 짓기 이전의 평온한 마음으로 존재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누구나 표면적 비움으로 존재할 수 있다. 옳고 그르다 판단하는 마음, 조금 더 이로움을 향해서 간택하는 마음, 사랑하고 미워하는 사람,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위안 받으려는 마음 등 모든 생각과 감정과 기운을 내려놓는다. 텅 빈 마음이 되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고요해진다. 편안해진 마음이 단전에 머물며, 단전에서 숨을 느끼면 오롯이 영혼의 휴식을 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비움 트레이닝이다.

문답감정, 일상의 마음운용 병행돼야
선지도자 과정 내내 지도인과의 문답감정은 매우 유의미한 훈련의 진전을 가져온다. 단전에 대한 궁금증, 호흡의 강약, 몸의 병고, 외경 소음, 번뇌, 기존의 경험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점검 받는 공부는 수행 단계에 대한 명확한 지혜를 얻게 한다.

선지도자과정에서는 누워서 단전주가 익숙해지면 행선, 입선, 단전강화법 등이 이후 과정으로 진행된다. 길 교무의 저서인 <단전주선>과 <무시선>이 영문으로 번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는 재가출가 교도 중심의 지도자과정을 통해 원불교선법의 지도가 보다 체계적이고 단계화되어 세상 누구나 선이 일상이 되기 염원하고 있다.

길 교무는 "영적인 진급은 선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며 "선은 마음의 근원을 회복하는 것이고 또 순연하게 발현시키는 습관을 길들이는 근원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선은 마치 마음의 코어(핵심) 근육의 단련과 쓰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고 하며, 이를 제대로 했다면 사람이 기운이 맑고 영롱할 뿐 아니라 순수한 의도와 언행이 한결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곧 선만으로 마음의 운용 능력과 결과를 도출해 내지는 못하기에 교리공부, 진리인식, 의두와 성리공부 등 삶에서의 균형 잡힌 어울림과 조화로운 나눔, 실행의 힘을 필요로 한다. 또한 영적인 진급을 위해서는 안정감(맑음, 영롱함, 에너지), 통찰력, 정성심,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수양· 연구·취사·보은이 이를 위한 수행 과정임을 재차 밝혔다.

[2018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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