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대학교당 교무들이 4월26일 법학전문대학원 앞에서 원불교 열린 날을 기념해 A4클립보드를 선물하고, 중간고사에 응하는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원광학원 대학교당 교화이야기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원광대학교의 전신 유일학림은 원기31년 5월1일 전북 익산 중앙총부 공회당에서 첫 출발했다. 이후 소태산 대종사의 인재양성전문기관 설립의 뜻을 이어 전남 영광 영산에도 학원이 설립돼 교단은 교화·교육·자선의 큰 틀을 마련했다. 유일학림은 3년 과정 중등부·전문부를 개설해 <정전>을 비롯한 원불교학, 불교학, 교양과목 등을 강의했다.  

정산종사는 유일학림 개학식에서 "그대들은 먼저 유일(唯一)의 참 뜻을 알아 유일한 목적과 유일한 행동과 유일한 성과를 얻으라. 유일한 목적이란 곧 제생의세요, 유일한 행동이란 곧 무아봉공이요, 유일한 성과란 곧 일원세계의 건설이다"고 훈시했다. 

설립 72년이 지난 유일학림은 '학교법인 원광학원'으로 성장해 산하에 원광대학교(총장 김도종·이하 원대), 원광보건대학교(총장 김인종·이하 원보대), 원광디지털대학교(총장 남궁문·이하 원디대)를 두고 있다. 교단은 각 대학에 교당을 마련해 유일의 참 뜻을 실현하고자 전무출신을 파견하고 캠퍼스 내 교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5월15일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3개 대학교당의 교화활동을 들여다본다. 

재가인재양성에 나선 원디대
2002년 개교한 원디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교육 환경에 발맞춰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사이버대학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문화·웰빙·복지 분야 특성화대학으로 온라인뿐 아니라 익산·서울·부산 등 전국 7곳에 교육센터를 개설해 실습을 강화했다. 대학교당은 익산캠퍼스에 위치해 있다. 

대학교당 김준안 교무는 "사이버대학이라 직접적인 대학생 교화는 할 수 없지만 마음공부 방법론 강의를 통해 원불교를 알리고, 원불교에 호감을 느끼는 수강생들을 상담해 주고 있다"며 "이웃종교인이나 비교도, 타과생들이 원불교학과 과목을 수강하면서 입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간접교화다"고 보람을 전했다.  

하지만 원디대만의 특장점이 있다. 원불교학과를 통한 재가전문인재양성이다. 원불교학과에 입학해 교리, 교사, 교화방법론 등을 수강한 졸업생들이 교화현장 곳곳에서 주인 역할을 해내는 것은 당연지사. 현재 167명의 원불교학과 졸업생 중에는 원무, 기간제 전무출신, 마음공부지도사로 활동 중이며, 도무 지원자는 반드시 원디대 원불교학과를 이수해야 할 정도로 명실공이 재가출가 인재양성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도 120명이 원불교학과에 재학 중이다. 대학교당 교무 겸 원불교학과장 김준안 교무는 이를 '조용한 혁신'이라 표현했다. 

그는 "한 해 40명 정도가 꾸준히 입학을 한다. 그만큼 원불교를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수요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교화가 잘 돼야 원불교학과가 활성화된다"며 "원디대 원불교학과는 현장교화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김 교무는 교직원 교화를 위해 매주 월요일은 서울 캠퍼스, 수요일은 익산 캠퍼스에서 법회를 연다. 교수 겸 교당교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다소 무리된 일정이지만 모든 회의와 중요행사에서 교무의 위상을 가장 먼저 챙기는 남궁문 총장의 배려에 교화와 교육 두 마리의 토끼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  

2017학년도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생들이 익산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하다.

한 일터 한 가족, 원보대
원보대 본관 3층에 위치한 대학교당은 들어서는 순간, 법향이 스며든다. 계단과 법당 곳곳에는 대학교당 박지상 주임교무가 그린 영산성지의 대각전, 익산성지의 송대, 연꽃 작품들이 소리 없이 반기고, 입구에 진열된 원불교 미니박물관에는 불전도구와 경전, <원불교신문> 등이 비치돼 여느 교당 못지않게 '교화 향'이 짙게 배어있다.

개교 42주년을 맞은 원보대는 학교설립부터 지금까지 전 교직원이 열정과 희생으로 학교를 일궈왔다. 5년 연속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역대 총장과 교직원이 때론 가족처럼, 때론 동지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도왔다. 그 배경에는 종립학교로서의 기풍을 확립하고자 한 건학이념을 대학교당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덕분이다. 

박 교무는 "우리 대학교당은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재직 전무출신은 10명이지만 법회를 중심으로 30분 전에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법회 후에는 다과를 하며 법정을 나눈다. 이 시간을 통해 총장, 교수·교무진들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교의 현황, 어려운 점, 교직원들의 애경사를 알 수 있다"며 "교당이 교화하겠다고 무조건 덤벼들면 안 된다. 학교시스템에 맞춰 도울 일은 돕고, 항상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교무는 법회에 빠진 교수나 부처 직원들을 파악해 순교를 다닌다. 그때마다 그의 손에는 간단한 간식거리나 작은 염주가 들린다. '정성이 곧 교화'라는 신념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교화의 원칙이 있다. 법회에 나오는 모든 교직원이 소중한 교도이지만 지역교당에 나가지 않는 교도에게는 '예비특신급' 이상의 법위는 주지 않는다. 

대신 신규 직원이나 신입교수들에게는 사소한 것이라도 더 알뜰히 챙겨주고, 신입교수는 학과 동아리를 맡겨 실적을 쌓고 학교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다. 또한 박 교무가 알뜰살뜰 챙기는 불공대상이 있다. 캠퍼스 곳곳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봉래회원(미화원과 관리직)들이다. 

이외 원보대 대학교당은 양지현 교무가 학생 봉사동아리를 맡아 교내외 봉사활동을 하며 대학생교화에 나서고 있고, 박지상 교무와 최정윤 교무가 기숙사에서 학생 복지와 상담을 통해 간접교화하고 있다. 강의로는 '종교와 원불교', '인성과 대학생활'이 개설돼 있고, 김영덕 교무는 교화 및 대외활동, 조성열 교무는 해외파견근무 중이다. 

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 원불교 동아리 학생들이 4월18일 원광학원 신입생합동법회에 참석해 기념촬영했다.

찾아가는 교화, 원대
한 가정에서 장자는 그 위치만으로도 어깨가 늘 무겁다. 원대 역시 그렇다. 개교 72주년을 맞은 원대는 커진 덩치만큼 교화가 녹록치 않다. 나상호 교감교무를 비롯해 박덕연·양수안·최현교·남궁현·표중인·신지겸 교무가 대학교당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월요법회 외에도 단과별, 단체별로 개설된 법회가 일주일이면 18개다. 매주 강의와 함께 법회를 빠짐없이 소화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럼에도 외부에서는 '교화의 텃밭'에서 왜 인재발굴이 안 되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보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박덕연 교무. 그는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 교수들의 근무환경이 녹록치 않다 보니 법회 출석수도 줄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찾아가는 교화'다. 1학기는 교직원 교화단 모임, 2학기는 교수 순교를 다닌다"면서 "의치학 계열 해부학 실습 전에는 꼭 천도재를 올려주고, 1년에 한 번은 전체 대상으로 천도재를 지낸다"고 덧붙였다. 교무들의 노력으로 대학 내 의식교화가 단단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교립학교로서 교당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법. 각종 회의나 연수, 행사에 꼭 기도의식이 진행된다. 다만 원불교학과와 대학교당 간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예비교무들의 교화실습장으로서의 역할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원대 대학교당의 대학생교화는 단과별 법당을 통한 상시교화와 '종교와 원불교/선과 인격수련/마음과 행복/삶의 비밀' 강의시간을 통해 원불교를 알리고, 종교성이 있는 학생들을 마음스테이로 연결해 대학선방과 대학 신성회를 거쳐 교정원 교육부 신성회로 연계하는 선순환 교화형태를 다져가고 있다. 

[2018년 5월 4일자]

[무처선방]은 교화·교육·자선·문화·봉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한 정성으로 남 먼저 교법을 실천해 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집중 취재하는 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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