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를 비롯한 5개 종단은 노화방지성분이 들어가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쌀을 재배하는 농촌진흥청에서 GM작물 개발반대 기도를 이어갔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오늘날 우리의 밥상문화 그대로 반영하는 것
"일체의 인류와 생령 하나로 보는 큰 정신" 법문 말씀 기억해야

[원불교신문=김은진] 1940년대 이후 세계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이 결국 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가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다. 그 위기는 1992년 리우선언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화학산업, 특히 농화학산업은 자신들의 산업이 위기에 빠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했다. 그들은 제약산업이 개발하여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등의 의약품을 가능하게 했던 유전공학기술을 자신들의 산업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유전공학기술이 오늘날 우리가 유전자조작농산물이라 부르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조작기술은 자연생태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을 기술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즉, 한 생물체에 자연상태에서는 교잡이 이뤄질 수 없는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인위적으로 집어넣는 기술이다. 이를 과학기술분야나 정부에서는 변형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재조합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것은 기존의 생물이 가질 수 없는 유전자를 가지게 만드는 '조작'행위인 것이다. 

전멸제초제라 불리는, 고엽제의 원료였던 맹독성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는 미생물의 유전자조각을 식물에 집어넣는 제초제내성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제초를 위해 맹독성 제초제를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농작물까지 죽게 될까봐 농작물을 재배하는 동안에는 뿌리지 않았던 제초제였는데 말이다. 살충능력이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조각을 식물에 집어넣는 살충성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된다고 선전하였지만 그 이면에 그 살충제 성분을 유전자조작형태로 이미 그 농작물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이다. 

문제는 이 기술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기술이고 그 결과물인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농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전자조각만을 바꾼 것이라 겉모양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다는 것이 그들이 원래 농산물이나 다를 바 없는 농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농산물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전성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개발한 자들조차도 그 안전성을 장담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는' 문제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 기술을 그 개발자들이 쓴 글을 보며 안전하다고 단정짓는 과학기술추종자들도 많이 있다. 그 추종자들은 때로는 과학자이고 때로는 정부공무원이며 심지어 때로는 시민사회단체 사람들도 있다. 

대종사는 무려 100년 전에 이미 "지금 세상은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라 사농공상에 대한 학식과 기술이 많이 진보되었으며, 생활기구도 많이 화려해졌으므로 이 화려한 물질에 눈과 마음이 황홀해지고, 그 반면에 물질을 사용하는 정신은 극도로 쇠약하여, 주인인 정신이 도리어 물질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실로 크게 근심된 현상이다"라고 말씀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추종자들이 그 기술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이런 대종사의 말씀이 100년 전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처음에는 제초제나 살충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농약의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는 보고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더욱이 쥐실험 결과 이상이 발견된다는 연구결과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새로운 유전자조작기술의 등장
20년이 지나도록 지속되는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우려는 이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하나는 특정성분강화 내지는 기능성 유전자조작농산물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가위기술이다. 특정성분강화 내지는 기능성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오늘날 우리의 밥상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즉, 밥과 철마다 다양한 반찬으로 이뤄지는 밥상차림의 번거로움을 대신하여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하나같이 건강을 위해 갖가지 성분이 들어있다고 광고하는 즉석식품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 농산물 아닌가 말이다. 비타민A를 강화한 쌀은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시금치나 당근 대신 밥만으로 비타민A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한다. 썰어서 오래 두어도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는 한꺼번에 썰어서 두고두고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부기관인 농촌진흥청은 심지어 노화방지성분이 들어가도록 유전자조작한 쌀을 재배하려고 시도까지 했다. 국민들이 주식인 쌀을 유전자조작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하지 않았다면 이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 이제 노화방지를 위한 식품이나 화장품이 필요없어진다고 주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다.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조각을 집어넣는 것을 걱정하니 이제는 있는 유전자를 가위로 잘라내 없애버리는 기술까지 나왔다. 이 기술을 개발한 자들은 이 기술은 다른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있는 유전자를 잘라 없애버리는 것이니 유전자조작기술과는 다르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것을 잘라내 버리는 것도 자연생태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긴 마찬가지이다. 자연생태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인위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을 '조작'이라고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유전질병의 원인을 없애버리는 의학용으로 쓰일 것이니 인류에 이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 유전자조작기술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제약산업에서 의약용으로 시작했다가 식량농업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식량농업에 쓰이는 것이 더욱 큰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결국 그 방향으로 개발했던 과거 역사를 애써 감추고 있다는 지적을 하면 무리한 지적일까? 더욱이 이미 있는 것을 없애는 기술을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해왔던 것이다. 감자에 방사선을 쏘여 싹이 트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핵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있는 것을 가위로 잘라내는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이를 농업에서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유전자조작농작물이 유통된 지 20년이 됐다.

밥상이 바뀌어야 한다
대종사는 "노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서 충분히 믿기 어려운 이 일(간척)을 할 때에 … 소비절약과 근로작업으로 자작 자급하는 방법을 보아서 복록이 어디로부터 오는 근본을 알게 될 것이요…"라고 말했고 이를 몸소 실천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협력하여 만들어지는 밥상과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근본을 알지 못하는 농산물과 그것을 가지고 만들어낸 가공식품으로 차려낸 밥상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물질의 편리함에 길들여질수록 우리는 우리 생명을 이어주는 삼라만상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 밥상에서 이미 시작됐다. 

정산종사의 "우리는 먼저 모든 인류와 생령이 그 근본은 다 한 기운으로 연결된 원리는 체득하여 우리의 마음 가운데 일체의 인류와 생령을 하나로 보는 큰 정신을 확립하여야 한다"는 말씀을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2018년 5월 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