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환희, 흙으로 담아내다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흙으로부터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어요.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릇이 되기까지 자연스러운 변화가 그 안에서 일어나요. 이것은 제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흙이 스스로 하는 거예요." 산수교당 교도인 위승연(49·법명 성연) 도예가를 만났을 때 그가 처음 건넨 이야기다. 자연스러운 멋을, 지나친 기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평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철학과 예술세계가 보였다.

전남 화순에 위치한 그의 도방 화연요(火然窯)를 찾았을 때도, 옛 초가형태 건물을 그대로 보수해 만든 작업장에서 전통과 옛 멋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굽어진 나무로 만들어진 흙집은 할머니를 만나러 고향을 찾던 옛 모습 그대로였고, 그런 그의 작업장에 진열돼 있는 그릇과 사발, 여러 종류의 식기류들은 먹고 마시는 일상생활을 예술로 만들어 놓은 듯 친숙했다. 소박한 밥상에서의 평범하지 않은 평범함이라 표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한 물건이나 화려함이라기보다, 항상 사용하는 밥그릇과 사발, 접시와 찻잔 등이 그의 작품이었고, 하얀 바탕에 꽃과 나비 등의 푸른 무늬가 주는 청화(靑華)기법에서도 단조로운 풍경이 소재였다. 

"사발은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최고의 예술이자 그릇이 됩니다. 모든 도자기는 담는 것에서 시작하잖아요. 실용성을 뺄 수 없는 거죠. 우리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일이며 문화라는 것이죠." 그는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함과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전 이런 일상의 생활, 밥상문화에서부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밥상에서부터 행복과 기쁨, 환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싶어요. 흙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지만, 그 가운데 꽃과 환희, 기쁨을 그려 넣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와 생명력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행복하잖아요." 먹고 마시는 평범한 일들이 기쁨이 되고, 행복해야 삶이 풍요롭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처음 도예가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여수의 한 도방을 찾았을 때다. 호남대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던 시절 그는 흙을 만지고 그릇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도방을 찾아간 7~8시간이 그에게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기간에 섬유와 디자인 등 여러 과목을 접했지만, 결국 도예를 전공으로 선택해 단국대 도예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도예를 하면서의 편안한 느낌이 오래 기억됐던 것 같아요. 정말 제가 좋아하는 것이 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았지만, 편안함을 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생각에 도예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 속에 이미 모든 것 있어
평범한 일상에서 기쁨을 그려내고 싶다

도예가로서 그는 현재 신도예회와 호남도예회, 광주전남 디자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1998년 서울 토도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5년 목포 전남여성플라자에서까지 총 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흙, 불, 축제 한마당과 한국공예청년작가 100인 초대전, 세계도자 아트페어, 세종호텔 세종Craft shop기획전 등 80여 회의 그룹전과 초대전에도 초청됐다. 또한 그는 호남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17여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창조센터 정보조직화 코디네이터와 보성군 천연염색활성화를 위한 국제세미나 총괄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화연도방에서 작품 활동만을 하고 있으며 생활식기에 자신의 멋을 담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기자가 방문했던 이날도 그는 대각개교절과 법호·법사승급식을 앞두고 축하선물 준비로 머그컵을 만들고 있었다. 

꽃과 나무가 그려진 청화컵에서는 밝고 산뜻하면서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 만의 멋이 보였다. "지금은 바쁘다는 이유로 교당 일에 큰 도움이 못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종사의 법문을 더 공부하고 교당생활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밝은 감성과 환희, 기쁨이 담겨진 그의 작품에는 그가 유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분명 원불교가 보여주고자 한 상생과 희망이 있었다. 교도로서 더 깊은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는 그, 분명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전해줄 것이다. 

그의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접시와 그릇, 찻잔으로 그에게는 일상의 문화가 예술이다.

[2018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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