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가나아트센터
주제 '내 안의 나를 찾다'

열두번째 개인전을 연 이명애 작가의 작품은 설치 후 공간과 관람자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완성된다.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작품으로 담아내는 이명애 작가(김상호 교무 정토)가 12번째 개인전 '공간의 재해석'을 열었다. 4월25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가나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 그는 내면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게놈' 시리즈를 선보여 더욱 성숙하고 깊어진 사유를 보여줬다.

그의 이번 전시회는 총 네 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대상들과 그 관계를 담아낸 '공존'과 '변이', 개체에 주목해 그 독자성을 표현하는 '변형캔버스'와 '개체의 드러남'이 그 시작이다. 세 번째 '게놈'은 관찰자로서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인하는 '내 안의 나를 찾다'라는 화두다. 마지막 테마 '설치'는 그의 작품 하나의 완성이 붓을 놓는데 있는 게 아니라, 완성품이자 또 하나의 구성품이 되어 전시공간에 재배치, 재해석되는 의미다. 

그의 작품은 바탕 자체가 기존의 네모난 틀과 정형화된 캔버스를 벗어나 있다. 기름먹은 장판지를 배접하거나 돛에 쓰는 린넨천을 쓰는 등 이른바 '밑작업'만 수개월이 걸리는 그의 작품은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구하고 작업한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주하는 순간 압도되지만 볼수록 편안하고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다는 관람평 역시 이 고민의 결과다.

계명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 원광대학교에서 조형미술학 박사를 거친 이명애 작가는 초기 있는 대상을 그대로 담는 재현 작업을 해왔다. 1982년 첫 개인전 이후 십여년 동안 있는 것을 그려왔던 그는 어느날 "문득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공부와 작업을 다시 잡았다"고 돌아봤다. 대상에 대한 관념을 놓으니 공간이 보였고, 존재가 보였으며, 기존의 다양한 색감과는 달리 최소한의 색으로도 작업해보기도 했다. 

존재와 관계, 조화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 본질에 주목하는 그는 약간의 강의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작품에 매진하는 수행형 작가다.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질감을 위해 지금도 연구를 거듭하며, 철학과 종교, 영성 등에 대한 연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재현작품에 비해 시간과 공력이 몇 배는 들어가지만, 나만이 이끌어가며 맺을 수 있는 만족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18년 5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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