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성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거론하거나 섣불리 통일을 내다보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정부의 이런 선전에 종교계를 비롯한 민간단체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내비친 남북정상들의 적극적인 협력 의지와 선언은 과거 민간단체들이 남북한 관계가 원활하지 못할 때마다 비공식적으로 조금씩 물꼬를 터왔던 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대규모 협력 형태가 진행되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물론 현 정부에서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에 있어 종교계를 비롯한 여러 민간단체의 노고와 역할을 잊지 않고 함께할 것을 약속하겠지만 대규모 협력 노선 정책에 대한 이해, 북한 지역 및 주민의 실태조사, 복잡하게 얽힌 주변국들의 정세 파악 등 다양한 로드맵을 치밀하게 준비한 단체가 남북간 민간부문 교류에서 선점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단은 내부적으로 전체적인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다. 교정원은 모든 정책을 평가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9월은 수위단원 선거와 종법사 선거도 예정돼 있어 남북문제에 교단적으로 총력을 기울이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이동과 관련해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우리에게 그만한 북한 관련 실무자들이 준비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본지에서 '4.27 남북정상 판문점 선언, 특집 좌담회'를 기획하며 패널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10여 년 전 대북지원 사업을 직접 추진했던 실무자를 교정원 부서 내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근무자들은 3~6년이면 자동적으로 인사이동을 하게 돼, 거시적 관점에서 준비하고 추진했던 정책이나 내력 또는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는 당시 실무자들의 부재로 인해 좌담회에 적합한 패널을 찾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마주해야 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의 한 대목이 문득 떠올랐다. "어차피 2년있다가 나갈 사람인데 회사에서 왜 키워주냐"는 기획실장의 말이다. 2년 계약직인 주인공 장그래에게 거래처를 맡기려 했던 오 과장을 불러다놓고 '오래 근무할 사람이 아닌 단순 계약직에게 거래처를 맡긴다는 것은 회사 영업의 금기사항인 것도 모르냐'는 질타였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일은 거래처 바이어들이 매우 꺼리는 일로 생트집을 잡거나 거래를 끊게 되는 등 감당해야 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직은 그 계약 기간내 적응하다 끝난다. 회사도 계약직이므로 특별히 교육투자를 하지 않는다. 계약직이 끝나면 개인에게는 한때의 경험과 추억으로 남는다. 회사는 계약직이 큰 투자 실패로 생긴 작위에 의한 손실이 아니라, 관행 제도로 생긴 부작위에 의한 손실이므로 손해가 얼마나 크고 작은지 따져보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인사이동 제도가 마치 계약직과 닮았다.

[2018년 5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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