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산이로구나 산이로구나 
층암절벽(層巖絶壁) 산이로구나
천봉만학(千峯萬壑) 좌우 산천 우뚝 솟아 높아 있고 
물은 흘러 대해(大海)로다."
먼저 '산이로구나 산이로구나'에서 산은 〈주역〉의 팔괘(八卦) 가운데 소남괘(少男卦)이자 군자(君子)를 상징하는 간괘(艮卦)이다. '설괘'에서는 "간괘는 동북의 괘이니 만물이 마침을 이루고 시작을 이루기 때문에 간괘에서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해, 군자는 간군자(艮君子)이고, 하늘의 말씀을 실천하는(성언호간·成言乎艮)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또 간괘는 팔괘뿐만 아니라 육효중괘(六爻重卦)인 중산간괘(重山艮卦)가 있다. 중산간괘에서는 "간괘는 그침이니, 그칠 때가 되면 그치고 행할 때가 되면 행동하여, 움직이고 고요함에 그 때를 잃지 않아서 그 진리가 밝게 빛난다"라고 해, 군자는 하늘의 시(時)를 알아서 진리를 밝게 빛내기 때문에 성인과 군자는 하나가 됨을 밝히고 있다. 

그칠 간(艮)에 점 주를 찍으면 어질 량(良)이 되어서 우리의 양심(良心)이 된다. 우리의 양심은 하늘이 그쳐진 것으로, 성인의 말씀을 통해 자기의 양심을 회복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층암절벽 산이로구나'는 층층이 쌓인 절벽같이 위엄이 있는 군자를 노래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시경〉에서 이르기를 깎아지는 저 남산이여, 돌이 엄엄하구나! 빛나는 태사 윤씨여, 백성들이 모두 너를 본다 하였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해, 진리를 자각한 군자의 위엄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 두 줄에서 '산이로구나'를 세 번 반복한 것은 하늘의 진리를 실천하는 군자의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 '천봉만학 좌우 산천 우뚝 솟아 높아 있고'는 천 개의 봉우리와 깊고 큰 골짜기의 좌우 산천(山川)에서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즉,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성인과 군자들이 있었지만, 유불선 삼교를 융합·회통한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 가장 높이 우뚝 솟아 있다는 것이다. 

또는 천봉만학을 '천여래만보살'의 대종사 정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정역〉에서는 "가득차서 넘치는 수백의 유아사(범백도도유아사·凡百滔滔儒雅士)"라고 하여, 군자가 세상에 가득 차 넘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물은 흘러 대해로다'에서 대해(大海)는 성인의 바다이다. 〈맹자〉에서는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공자께서 동산(東山)에 올라서 노나라가 작다 하시고 태산(太山)에 올라서는 천하가 작다 하시니,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에 대해 말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에서 노는 사람에게는 말씀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라고 해, 바다는 성인의 세계임을 알 수 있다. 

즉, 천봉만학에서 흘러내린 모든 물은 대종사의 도문(道門)으로 흘러감을 의미한다. 

/원광대학교

[2018년 5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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