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자공(子貢)이 물었다. "한 마디 말로써 죽을 때까지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 말씀했다. "그것은 바로 서(恕)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子貢 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勿施於人)"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서(恕)'는 '용서하다', 또는 '헤아리다'는 뜻이다. 곧 상대를 헤아려 받아들인다는 뜻을 품고 있다. '내가 하기 싫은 건,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는 말이 서(恕)의 의미를 뒷받침한다. 

평생토록 실행할 만한 한 마디 말을 '서(恕)'라고 한 공자의 의중을 다 헤아리진 못하지만 공자가 주장한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관계'가 아닐까.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이며, 이에 마땅히 행해야 할 '관계의 윤리'가 필요해졌고, 공자는 우선 이를 밝혀줬다. 또한 그 '관계의 윤리'에서 으뜸 가르침을 '서(恕)'라고 한 것이다.

〈대종경〉 인도품은 이러한 '관계의 윤리'를 매우 풍부하게 담고 있는 경전이다. 

이를 테면 사람이 서로 사귀는데 그 좋은 인연이 오래 가지 못하는 원인을 밝힌 법문(16장)이라든가, 증애에 끌리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가르침(18장), 말하고 다니는 것을 나팔 불고 다니는 것으로 비유한 말씀(21장), 책임 이행에 대한 법문(23장), 강자 약자 진화의 도에 대한 말씀(24장, 26장), 그리고 경외심 법문(33장) 등 인간의 관계에 지침이 될 만한 내용들을 다채롭게 설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도품 12장은 '내가 하기 싫은 건,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는 말씀과 깊이 통한다.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 하라. 이것이 곧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

또한 부모 자녀와 같이 무간한 사이라도 자기가 실행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지도하면 그 지도를 잘 받지 아니하고, 부부와 같이 친절한 사이라도 내가 실행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권면하면 그 권면을 잘 받지 아니한다고 경계하는 말씀(22장)도 그러하다. 말하자면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갈 때에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경계들을 매우 세심하고 치밀하게 차근차근 일러주는데, 이는 실로 탄복할 만하다.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정전〉 수행편 제 12장 솔성요론 15)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내가 하기 싫은 걸 남에게 베풀려고 했던가. '내 마음을 미뤄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 자공(子貢)의 물음처럼 평생 행할 수 있는 '한 마디 말'일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서 맺어지는 것이므로,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을 평생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늘 대조하며 산다면 어찌 큰 허물이 있을 것인가.

/원경고등학교

[2018년 5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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