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는 사랑 
하늘엔 흑운 땅엔 가시 사람에는 미움 
인간에서 사랑을 빼면 흑운이요 가시다. 
선과 미라고 생각할 때 사랑이 생기고 
악과 무가치라고 생각할 때 미움이 생긴다.
사랑은 모든 정욕을 초월한 영적선미다 
사랑이야말로 도덕의 근원이요, 종교의 근본 사상이다. 
부처의 가슴에 끓는 피는 자비요, 
기독의 심장 고동은 애중이요, 
맹자의 불인지심은 왕도다. 
형아! 아우야! 가슴에 끓는 사랑을 뉘게다 바치려 하오? 
바치자! 진리에! 영원한 대진리에! 


글- 숭산 박광전(1915~1986) 종사
출처- 〈회보〉 제40호(원기22년 12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시다. 당시 월보나 회보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시는 대부분 님, 종사주에 대한 것이었다. '사랑'이라 제목을 내세운 이 시는 청춘의 당당함이 엿보인다. 마치 윤동주의 그것처럼. 

별, 꽃, 사랑은 온화함이며 검은구름(흑운), 가시, 미움은 증오심으로 대비했다. 사람의 마음에 사랑을 빼면 가시만 남는다. 착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 사랑이 샘솟고, 미움과 가치 없다는 무시한 마음에서 미움이 생긴다. 그러니 부처나 예수, 맹자의 가르침을 받아 사랑을 키워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열정을 영원한 대진리를 가르치는 일원회상을 위해 바쳐보자는 외침이다. 시 전체에서 부드러움을 가득 담은 간곡한 외침으로 들린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단어가 '영적선미'다. 초월적 사랑의 경지인 아가페를 끌어내고 있다. 성자들의 가르침을 사랑의 에너지로 가득 채워 실천하자는 분심이 느껴진다. 젊은 숭산 종사의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이 시대에 정말 많이 나와야 함을.      

/둔산교당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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