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하게 '화를 내는 방법'에도 연습이 필요
학생들에게 원불교 〈예전〉 토대로 옳은 방향 알려

[원불교신문=함성철 교도] 일본 유학시절 중, 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이야기이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교직을 이수하는 대학생에 한해 학교에서 현장실습이 있었고 나 역시 중소도시의 한 고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학생들과 교과수업을 마치고 담당했던 학급으로 들어왔다. 어느 한 학생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그때 상담을 하던 그 학생이 책상을 '쿵'하고 내리치면서 담임교사에게 시비조로 따지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을 말리면서 교사와 학생을 떼어놓았다. 일이 끝나고 학급의 담임교사가 나를 부르더니 "많이 놀랐죠? 요즘 아이들은 정당하게 화내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일단 화부터 내고…. 한국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죠?"라고 말했다. 나 역시 경황이 없던 터라 "그렇죠. 한국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죠!"라고 대답했다. 요즘 들어 일본 유학시절 중, 실습 때 그 학생의 모습이 문득 머릿속을 헤집을 때가 있다.

2016년 원창학원에 임용이 되어 하루하루 고등학생들과 사투를 하고 애들과 함께 울고 웃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요즘 들어 '마음공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임용 당시 이사장은 <예전>과 <대종경>을 읽고 한 품, 한 품에 대해 감상을 쓰라는 숙제 아닌 숙제를 내줬다. 그것도 한 번만 읽는 것이 아닌 최소 5번은 읽고 감상담을 적으라고 했다. 

이사장은 "교사가 마음공부가 잘 되어 있어야 학생들에게도 좋은 마음공부를 시킬 수 있다"며 강조했다. 이사장 말씀따라 경전을 읽고 또 읽어가다보니, 그동안 학생들에게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는 죄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 또한 스스로 뉘우치는 부분과 앞으로 좋은 것만 우리 아이들에게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지금까지 3년째 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내가 과거에 일본에서 교생실습할 때 만났던 학생들과 닮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일에는 인정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힐 때는 오히려 화를 내며 상대방의 과오를 찾고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정당당하게 '화를 내는 방법'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나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며 화를 냄에 있어서도 도를 넘지 않고 예의에 어긋남이 없는 '화를 내는 방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 <예전>을 바탕으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거의 세대들은 "항상 참아라, 화를 내면 지는 것이다"는 말로 인내를 미덕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 과거의 잣대로 말하기에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원불교 <예전>을 토대로 옳고 그름을 알게 하고 옳은 방향으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며 자신의 화를 상대방에게 뱉어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그런 표현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근무하는 원광고등학교는 참 좋은 학교이다. 학생들에게 마음공부 할 수 있는 시간과 매일 아침에 실천하는 '귀공자 인성 노트'를 통해 전 교직원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노력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 법회시간이면 400여 명의 학생들이 법회를 통해 마음공부를 하고, 종교시간에는 자신의 고민거리를 교무와 상담하면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마음공부로 함께 성장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성냄이 시뻘건 장미가 아닌 은은한 들꽃과 같은 성냄이 되기를 바란다.

/원광고등학교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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