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밥 한번 먹자' 대신 '커피 한잔 하자'가 예사 인사인 요즘, 우리는 커피를 얼마나 마시고 있을까. 관세청 기준 지난 1년동안 한국인이 마신 커피는 265억잔, 1인당 512잔이다. 비커피인구를 감안하면 마시는 사람은 매일 두 잔은 물론, 너댓 잔도 마셨다는 의미다. 불황속에도 눈뜨면 카페들이 생겨나는 것도 그 이유다. 유동인구만 있으면, 사진 좀 잘 나오면 그럭저럭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5년 이상 유지되는 카페는 30% 이하로, 대부분 자리잡을 때까지 버티지 못한다. 

가능성만큼 위험도 큰 커피시장, 여기에 강남 한복판에 출사표를 던진 용감한 청년이 있다. 심도있는 고민과 다양한 아이템, 열정과 노력이 합쳐져 오픈한 지 1년만에 카페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은 '커피상호작용' 송민우 대표(법명 세가·강남교당). 다부지고 싹싹한 이 청년창업가를  만났다.

커피와의 인연은 아르바이트 때부터다. 약대 진학을 꿈꾸며 무심코 시작한 알바였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커피 자체도 좋았지만, 서비스업이 참 좋더라고요. 커피를 주문하고 건네는 그 짧은 시간 속에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커피와 함께 미소를 건넬 수도 있고, '힘내세요', '오늘 하루 잘 될 거예요'와 같은 행복한 멘트를 전할 수도 있죠." 카페 이름 '커피상호작용'도 이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꿈꾸게 된 것은 특별한 인연 덕분이었다. '커피상호작용'을 함께 오픈한 오승환(법명 성환) 공동대표. 그는 송 대표 친구의 친형이자 역시 커피에 푹 빠진 청년이었다. 둘은 의기투합해 한 가게에 있기도, 미래를 꿈꾸며 다른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다.

"7~8년 창업을 꿈꾸는 동안 함께 연구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내린 결론이 '판매만 하는 카페는 안되겠다, 우리가 직접 로스팅해 공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카페 구조가 특이하다. 보통 33~50㎡(10평~15평) 기준 테이블 10개 정도가 일반적인데 이곳은 5개뿐, 한켠을 아예 로스팅룸으로 덜어냈다.  

"이 기계가 가게 오픈까지도 완성이 안돼 로스팅룸을 4개월 동안 비워뒀어요. 다들 아깝다고 테이블을 놓자고 했지만, 우리에겐 뚜렷한 목표와 그림이 있었습니다."

서초구 교대역 '커피상호작용' 대표 
오승환 대표와 의기투합, 로스팅·교육 등

우여곡절 끝에 로스팅을 시작했지만 당연히 공급처는 없었다. 오픈 첫해 월급은커녕 월세도 어려운 상태였고, 그는 몸으로 뛰기 시작했다. 건축페어나 베이비페어같은 박람회에 카페부스로 참여했고, 알릴 수만 있으면 방방곡곡 직접 달려갔다. 동시에 바리스타, 카페창업 교육에 강사로 나서 강의도 진행했다. "어디든 초기에 위기가 오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가진 로스팅 실력, 다년간의 현장 경험, 연구 등 장점을 믿었습니다. 정말 힘들 때도 큰소리 한번 안내고 함께 으쌰으쌰 위기를 넘겨왔어요."

지금은 자랑거리 참 많은 커피상호작용. 서울 한복판에서는 찾기 힘든 로스팅기계 덕분에 일찌감치 커피맛이 소문났고, 핸드드립과 함께 머드라떼, 카페수크레, 카페봉봉 등 직접 개발했거나 변형한 특별한 메뉴로 입소문을 탔다. 오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파이나 브라우니, 수제강정도 주변 오피스, 병원, 교대 상권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만점. 커피상호작용이 이렇게 빠르게 안정을 찾은 또 다른 힘이 있다는 그, 바로 '신앙'이란다.   

"창업을 꿈꾸던 당시, 친구 승원(법명 승현)과 승환형이 주말마다 원불교라는 데 간다는 거예요. 갔더니 너무 강요하지도 않고 설법도 다 내 이야기 같아서 계속 마음을 붙였어요."

원기100년에 입교했으니 대종사 수첩에 적어둔 마지노선일 거라고 환하게 웃는 송 대표. 그는 꽃발신심으로 단숨에 부회장, 단장을 거치며 올해 초 청년회장까지 맡았다. "교당에 온 지 얼마 안되고 공부도 부족했는데 얼떨떨했어요. 아마 교무님 말씀을 땅에 떨어뜨리지 말자는 마음으로 잘 따랐더니 이런 보은의 기회로 왔나 싶습니다."

교화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생각보다 잘 안 풀릴 때도 매일 보는 연원 오 대표 응원에 다시 힘낸다는 그.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이 카페에는 특별한 브레이크타임도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청년회 공부모임을 여기서 해요. 저녁7시30분부터는 문을 닫죠. 얼마전에는 WBS 교화프로그램 '골든서클, 마음이 사람을 만든다!'도 여기서 촬영했고요."

우정화 교무나 강남교당 청년들이 자주 들러 온기를 불어넣는 커피상호작용. 매일매일이 새로운 만남이요 은혜라 눈뜨면 즐겁다는 그의 최종목표는 두 가지다. 누구라도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찾아주는 것과 현지 농장과 직접 거래하며 생두를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과 일본 등이 선점하는 좋은 커피를 소개하는 주춧돌이 되겠다는 다부진 포부다. 어디든 필요한 곳에 가장 좋은 커피를 전하고 싶다는 송민우 대표, 그의 향기로운 열정이 기대된다.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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