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외쳐왔는데 정작,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어오면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재가교도(교역자) 역할 확대'가 그렇다. 재가교도를 말하는지, 재가교역자를 말하는지 그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그 와중에 출가교역자 수는 급속히 감소하고, 재가교역자는 노령화 추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물어본다. 재가교도 역할 확대가 '재가·출가 차별하지 아니하고 공부와 사업의 실적에 따라 자격과 대우를 정한다'는 불법연구회 통치규약을 실현하기 위함인가, 출가교역자 감소 시대를 맞아 교화·행정 보조인력 강화를 위한 대안인가.  

어떻게 답해도 출가 위주 교단은 교법정신에도 맞지 않고, 시대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뜻이다. 

하지만 재가교도 역할 확대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하는 방법적인 논의를 툭 터놓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재가교도 역할 확대'는 교정원이 바뀔 때마다 정책 어젠다로 선정돼 오래 전부터 교단의 이슈였다. 하지만 정작 그 정책결정 과정에서 재가교도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다. 이슈화는 되는데 구체적 실행경로가 없다. 그 이면에는 목표나 계획이 뚜렷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주인공인 재가교도가 실무진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소태산 대종사는 '출가 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며,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길 것이며 … 이 교리 이 제도를 운전하는 기관에 있어서도 시대와 인심을 따라 결함됨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우리는 현재 이에 대한 교리 해석을 각자 처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교화직도 직업이고 전문직도 직업인데, 간혹 기관에서 근무하는 전무출신은 반(半)무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재가교도 역할 확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격이 된다.     

교화현장은 차치하고라도 재가출가 교도가 함께 근무하는 기관, 사업장에는 보이지 않게 갈등 요소들이 발생한다. 재가·출가 차별하지 아니하고 공부와 사업의 실적에 따라 자격과 대우를 하자고 했는데 아직도 출가에게는 헌신을 강조하고, 재가에게는 출가자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차별심을 걷어내고 지자본위로 현장을 살려내지 못하면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재가출가 교도가 각자의 처지에서 자리이타로 상생하는 방법은 없는가. 최근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의 재가활동가들을 보면 그 변화를 실감한다. 그들의 열정과 추진력은 어디서 오는가. 열어젖혀둠이다.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자격을 주고 대우함으로써 뻗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재가출가가 동등한 처지에서 공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뛸 수 있는 무대 배경이 되어주는 것. 재가든 출가든 오직 지자본위라야 그 때가 온다.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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