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아! 자석!' 갑자기 뒷목이 찌릿하다. '식사자석' 떼는 것을 잊었다. 훈련원에는 잊어버리면 안되는 '식사자석'이 있다. 훈련이 없는 평시에는 상주인원이 10명,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식사여부가 다르다. 때문에 식사준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각자 이름이 적힌 '식사자석'을 이용한다.  

배분받은 3개의 자석을 아침·점심·저녁 구분된 공간에 붙이고 떼는 것으로 매 끼니 식사유무를 식당에 알린다. 모두의 편리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매번 유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자석의 세계에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더 자주 잊고, 누군가는 더 잘 챙긴다는 의미다. 훈련원의 최고 화이트리스트는 바로 우리 '원장님'이다. 벌써 5년째, 아직 원장님이 식사자석 잊은 걸 본 적이 없다. 젊은 나도 몇 번씩이나 자석을 잊는데, 어떻게 원장님은 자석을 잊지 않을까. 난 늘 의문이었다. 

의문을 풀기 위한 가정도 해봤다. 첫째, 원장님은 머리가 좋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는 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둘째, 원장님은 우리보다 자석을 떼고 붙이는 빈도가 적은가. 찬찬히 살펴보니, 빈도가 가장 많았다. 외부 일정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일까?  의문이 풀리지 않던 어느 날! '유레카!' 이유가 번뜩 떠오른다. 

원장님은 여러 사람이 모인 기관근무경험이 많다. 그러니 아마도 자석 사용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고 또 하다 보니 '안 챙겨도 챙길 수 있는 경지'가 된 것이다. 이 기쁜 발견을 원장님에게 알리고 싶어 하던 찰라, 저만치에서 원장님이 온다. 난 원장님에게 의기양양하게 내 추리를 말했다. 원장님은 배꽃처럼 배시시 웃곤 "자석 붙이는 곳에 근무한 적 없는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아, 제 가정이 틀렸다고요?" 실망한 내 얼굴이 안쓰러웠을까, 원장님은 사뭇 진지하게 덧붙여준다. "혜성교무, 다만 나도 상당히 신경 써서 유념 하는 중일세." 유념하는 중이란다. 띵하고 머리에 종이 울린다. 

원장님의 수행은 완료형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보이는 모습이 워낙 존경스러워, 완성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원장님의 수행도 우리와 같이, 현재진행형이었다. 다만 나보다, 우리보다 유념공부를 잘하는 것뿐이다. 

대종사는 "우리가 도를 알아 가는 것이 마치 철없는 아이가 차차 어른 되어가는 것과 같다 하리라. 이와 같이,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범부가 깨쳐 부처가 되며,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는 것이니, 그대들도 어서어서 참다운 실력을 얻어 그대들 후진의 스승이 되며, 제생 의세의 큰 사업에 각기 큰 선도자들이 되라"고 간절히 말씀했다. (〈대종경〉 부촉품 14장)

하지만 법문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었다. 아이는 당연히 어른이 되는 것이지만, 당장 나 같은 사람이 원장님과 같은 인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장님도 나와 같은 진행형이란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도 공부심만 놓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러한 인격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어서어서 참다운 실력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공부심을 챙기리라 다짐한다. 

/중앙중도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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