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담아낼 플랫폼, 전문인재양성 시급해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교단의 북한교화는 원기25년 개성교당에서 출발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인해 단절됐다. 이후 원기80년 북한교화위원회의 발족으로 다시 불붙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활동은 원기85년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가 평양에 빵공장 설립과 각종 물품을 보내면서 구체화됐다. 국내에서는 당시 교화부 '한민족한삶운동본부'가 북한교화지원자 양성훈련, 북한교화 기금마련 위한 기도, 각종 통일세미나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원기95년 천안함 사건으로 5·24 조치에 의해 대북사업이 중단되면서 교단의 움직임도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다. 
지난달 2018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는 평화의 새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에 교단은 어떤 발걸음을 떼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좌담에는 교화훈련부 지현관 교무, 공익복지부 김효성 교무,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은 교도가 참여했고, 8일 중앙총부 마음앤마음에서 진행했다. 
2018남북정상회담 이후 교단의 대북교화, 한반도 평화는 어떤 로드맵으로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 지현관 교무, 김효성 교무, 이태은 교도(왼쪽부터)가 좌담했다.

- 원기85년부터 10여 년간 전개했던 북한교화를 평가한다면.
지현관=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한 우리 교단이 그동안 대북지원사업에 들인 재정 규모(50억여 원)를 보면 그 정성을 알 수 있다. 다양한 교류활동을 비롯해 수많은 교도들의 기도 정성이 오늘의 통일기운에 일조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기름진 밭에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김효성= 대북지원사업이 끊어진 점은 아쉽지만 기존 지원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북한지역에 일원의 종자를 심는다는 입장으로 다가섰고, 종교단체이다 보니 제약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빵 공장 지원도 그렇고 영유아나 여성, 취약계층을 상대로 분유·기저귀·담요·생리대 보내기 사업을 한 것은 교리적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아쉬움이 있다면 전문실무진 부재다. 남북교류가 단절된 후에도 남쪽 대북사업 민간단체들은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대부분 10년, 20년 활동한 전문실무진들이다. 우리의 인사정책에 한계를 느꼈다. 

이태은= (미리 받아본)자료를 보니 10년간 폭넓은 활동을 했더라. 그럼에도 중단된 것은 평화, 통일에 대한 '심지'가 약하지 않았나 생각든다. 교조의 경륜을 과업으로 삼고 한반도 분단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 끌고 나갔어야 했는데, 정치상황에 따라 국내 활동이 끊어졌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간절함의 문제다. 활발히 움직였던 교단 조직이 있었음에도 전문가 양성을 하지 못한 것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지현관= 오늘 좌담에 현 교정원 실무자로서 김효성 교무와 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어쩌면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대북지원사업에 들인 재정규모의 10%정도만이라도 정책인재에 투자했다면 북한교화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양성됐을 것이다.   

교화훈련부 지현관 교무.

- 시급하게 재개해야 할 북한교화 준비는.
이태은= 수위단회 산하 특별기구로 '통일평화위원회'를 조직해 현장과 중앙의 매개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타 종단은 그런 상생구조를 잘 만들어낸다. 아쉽고 속상한 부분이다. 총괄하는 단위 조직이 탄탄하면 흩어져 있던 평화역량을 한데 모아 다양한 분야로 재생산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통일교육'도 시급하고, 원불교가 지향하는 '평화'의 교리적 해석도 나와야 한다. 그런 학습을 통해 교도들이 당당하게 나설 것이다. 구조와 의식을 조성하는 일이 느린 길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지현관= 동감한다. 교단은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하다. 앞으로 지원사업은 국가적 차원으로 더 많이 이뤄질 텐데 우리가 밥 한 술 보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그 에너지를 사람 키우는 데 썼으면 한다. 또한 북한을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평화를 정착시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의 남북화해모드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염원과 기도로 이뤄진 역사다. 이 기운을 이어 남한 내 이념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통일로 가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 방언공사 100주년 맞이 통일한삽뜨기 운동, 법인성사 100주년 맞이 재가단체 500일 기도에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내고 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효성= 대북지원사업의 다양한 접근은 반가운 일이다. 현장에서 '평화나무심기', '통일햇빛교당' 등과 같이 시의적절한 사업아이템을 추진해 줘서 고맙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발등에 불 떨어진 것 같다. 당장 내일이라도 통일이 됐다는 뉴스가 나올 것만 같다. 그렇지만 교단은 통일 이후 그림(설계)이 보이지 않는다. 교화현장과 교정원, 부처 간 사업을 조정해 줄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 

이태은= 컨트롤타워도 중요하지만 교화훈련부 중심으로 평화플랫폼을 조속히 만들어줬으면 한다. 컨트롤타워는 지도자의 역량과 마인드에 따라 하나로 획일화되는 우려도 안고 있다. 그 전에 다양한 사람과 아이디어가 넘나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집담회를 열어보자. 

공익복지부 김효성 교무.

- 북한사회도 달라졌다. 앞으로 활동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효성= 협력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북측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만남과 소통이 중요한데 그 전에 우리가 큰 밑그림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 예전 북측과의 만남에서 개성교당 복원, 평양교당 마련, 금강산 성적지 개발에 대해 계속 얘기해왔다. 기존 사업뿐 아니라 앞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에 대해 교단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현관= 복원사업, 평양과 원산 등지에 교당을 신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러한 일들이 우리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할 수 있는 교단의 가장 급한 일이라는 전제하에 진행돼야 한다. 오히려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 일이라든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원씨네가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간략히 소개한다면. 
이태은= 소개에 앞서 북한교화라는 용어도 다시 생각해 보자. 남북은혜심기, 남북상생교류 등 '상생·공존·은혜'라는 교리가 담겼으면 한다. 명칭 속에 활동방향이 담긴다. 원씨네는 '한반도 미래를 키운다, 숲·에너지·사람'이라는 모토로 세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통일햇빛교당이다. 원기100년에 안양교당이 통일되면 개성에 햇빛교당을 올려달라며 기도금 200만원을 줬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때부터 통일 후 북한에 햇빛교당 올리기 사업구상을 시작했다. 최근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서 자가전력으로 생산해 쓸 수 있는 독립형 태양광을 개발했다. 전력시스템이 없는 오지나 외곽 변두리에서도 가능해 희망을 안고 있다. ▷다음은 환경연대에서 진행하는 평화나무심기이다. 황폐화된 북한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 민간단체나 생태운동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1국민 1나무 심기운동으로 일반인들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다음은 유라시아 대륙횡단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후원회이다. 그를 후원하는 500여 명의 시민후원조직이 이미 있다. 현재 가장 어려운 시기, 힘든 코스를 달리고 있는데 이때에 맞춰 교단이 강석준 기간제전무출신을 파견하고 마라도에서부터 평화마중기도를 시작했다. 10월 중, 판문점에서 KCRP와 연계해 평화마중기도로 그와 재회할 계획을 구상 중이다.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이태은 교도.

- 함께 만드는 평화통일, 바람이 있다면.
지현관= 국운과 교운이 같이 간다고 했는데 노력과 준비 없이 저절로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교법의 사회화를 잘 이뤄왔는지 먼저 우리 내부 점검이 필요하다. 그 힘으로 넓은 안목을 갖추고 장·단기적계획아래 평화운동, 인재양성, 복지, 북한청소년 인성프로그램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김효성= 우리는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가장 민감해야 할 교정원이 먼저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전 정부에서부터 밀가루 등 식량지원사업을 산림과 에너지사업으로 전환했다. 교단도 그에 맞는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이태은= 한겨레중·고등학교에 남북청소년교육문화연구소를 개소했다. 그곳에서부터 통일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학생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해 주고 통일 교류 미래인재로 키워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교육이다. '상생의 땅, 북한을 알다' 교육프로그램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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